‘차 한잔 그림 한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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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그림 한폭’
이지연 작가 갤러리 생각상자서 15일∼12월 6일 초대전
30여 점 선봬… 개막일 맞춰 차와 관련 그림책도 출간
2024년 11월 09일(토) 16:40
어렸을 때 부모님 손을 잡고 선암사에서 스님이 내 주신 차를 처음 마셨다. 그때 드는 생각은 ‘어른들은 이 맛없는 차를 왜 마시지?’라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차는 운명처럼 삶을 견인했다.

이지연 작가는 차농사를 짓는 한편 그림을 그린다. 하늘 아래 고달프지 않는 농사는 없는데 차농사도 마찬가지다.

이지연 작가가 차와 차농사를 모티브로 한 전시를 연다.

갤러리 생각상자(관장 주홍)에서 ‘차 한잔 그림 한폭’(15일~12월 6일)을 주제로 열리는 초대전은 차처럼 맑은 그림과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전시다.

처음 전시를 갖는다는 이 작가는 통화에서 “3년간 모두 50여 점을 그렸는데 전시장에는 30여 작품 정도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수묵담채라는 단순한 기법으로 담백하게 그린 작품에서는 깊은 차향이 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햇볕과 바람, 물, 공기 등 4계의 자연도 느껴진다.

원래 그는 미대(국민대)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부터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기에” 미술 계통에서 일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을 하면서 차와 관련한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시댁은 ‘한국제다’라는 차 회사와, ‘호남다원’이라는 농장을 운영하다. 영암과 장성, 해남에서 차밭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 작가 또한 차와 관련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차밭 일을 한 지가 벌써 30년이 다 된다”며 “한 10년 간은 차밭 일에만 매달렸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로 많이 힘들었다. 무엇인가 변곡점이 필요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크로키부터 시작해 다양한 장르를 접했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3년 전부터 수묵화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수묵화는 제가 어렸을 때 붓글씨를 했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 있었어요. 먹향을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먹이나 수묵화는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죠. 쓰레기가 나오거나 유해 환경과 관련된 작업이 아니어서요.”

‘차 한잔 그림 한폭’
그는 자연을 모티브로 한 소재와 작업 방식이 수묵화의 장점이라고 했다. “차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이 제일 소중하다”는 사실을 체험했던 터라, 다른 장르보다 수묵화가 좋다.

차 농사도 오래 하다보니까 적성에 맞았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먹고 사는 것과 연계된 일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며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숨이 트여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작가에게 수묵화를 그리는 일은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특별하다. 차밭 농사도 만만치 않지만 자연 속에서 하는 것이라 다른 일에 비해 덜 스트레스를 받는다.

“관광객과 농부와는 확연한 시각 차이가 있지요. ‘일인 것’과 ‘일이 아닌 것’의 차이이죠. 그러나 차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을 통해 받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차밭을 형상화한 그림에선 초록의 숨결이 물씬 배어나온다. 연초록 진초록 사이로 얼핏 하늘도 보이고, 흘러가는 구름도 보인다. 작품의 배면에는 수고의 땀과 아울러 사계절의 정취도 드리워져 있다.

전시와 맞물려 작가는 그림책도 발간한다. 개막일에 맞춰 전시 주제와 동일한 책이 나올 예정이다.

그는 “우리나라 차에 대한 그림책이 거의 드물다”며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차에 대한 그림책이 없어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차를 외국에 알리기 싶은 마음도 그림책을 펴내게 된 이유”라며 “차 밭의 사계절 풍경을 담은 책을 통해서도 많은 이들이 우리 차를 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홍 관장은 “차밭의 사계절, 그 한 가운데서 농사를 짓고 차를 만들어내는 시간은 자연이 품고 있던 생명력 가득한 ‘초록’으로 누군가에게 차 한 잔을 들고 다가가는 것”이라며 “작품에는 정성이 아니면 지을 수 없는 차농사, 자연이 주는 마법 같은 시간의 변화, 그 아름다운 시간들이 투영돼 있다”고 의미를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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