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한강은 광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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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한강은 광주로 흐른다”
소설가 한승원 딸…효동초 다녀
시인으로 시작해 소설가 길로
국내 유수 문학상 대거 수상
‘채식주의자’ 2016년 맨부커상
2024년 10월 11일(금) 10:00
지난 2016년 광주서 열린 북콘서트 장면. <광주일보 자료사진>
한강은 지난 1970년 11월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과 어머니 임감오씨의 딸로 태어났다. 광주 효동초등학교를 다니다 아버지가 문학에 대한 큰 꿈을 안고 상경하면서 한강도 자연스럽게 서울로 갔다.

한강은 서울에서 풍문여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한다. 연세대 국문과 시절 글을 잘 쓰는 학생으로 이미 필명을 날렸다고 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적인 문체, 심금을 울리는 섬세한 문장은 한강의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한강은 졸업 후엔 잡지사 ‘샘터’에서 근무를 하며 틈틈이 창작을 했다.

한강 작가의 문단 데뷔는 시를 통해서였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먼저 명함을 내밀었다. 이후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다.

지금까지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을 비롯한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을 펴냈다. 시집에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을 발간했으며 인간의 문제에 천착하는 작품을 썼다. 특히 죽음과 폭력, 사회적인 문제 등을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형상화해 독자들로부터 “역시 한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14년에 펴낸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의 상흔을 섬세한 문체와 감성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아울러 제주 4·3 사건의 비극적 역사를 각기 세 여성의 시선으로 묘사한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도 현대사의 비극과 상처를 시적인 문체로 그린 소설로 호평을 받았다.

백지연 문학평론가는 “한강의 소설이 5월 광주의 시공간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의 참상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증언하는 자의 소명의식과 듣는 자의 상상력이 치밀하게 어우러지는 간절한 고백의 서사는 잊을 수 없는 ‘그 도시의 열흘’을 고통스럽게 되살린다”고 평했다.

한강은 국내 유수의 문학상은 모두 탈 정도로 이미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만해문학상을 비롯한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아울러 한강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2016년 맨부커상 수상(인터내셔널 부문) 등 2개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됐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다.

한강의 작가로서의 소명, 역사의식 등은 이번 노벨상 선정 관련 기자회견이나 ‘잔치’를 하지 않는 데서 드러난다.

부친인 한승원 소설가는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고 있는데 ‘잔치는 무슨 잔치’냐며 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강의 작품을 출간하는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는 이번 수상과 관련해 별도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면들은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한강 작가의 지적 사유의 단면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작가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가 무엇을 성찰하고, 사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징한 대목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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