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미비·정부 비협조에…5·18 조사자료 이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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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미비·정부 비협조에…5·18 조사자료 이관 ‘발목’
5·18 조사 기록물 광주 못 오고 표류 왜
올초 대통령실·국무총리 등에 자료 이관 국회동의안 올렸지만 재가 안해
5·18진상조사위 청산팀 오늘 해산되면 이관 작업 담당할 주체도 없어져
관련법 개정안도 지지부진…원천자료 광주 이관 위해 후속조치 서둘러야
2024년 09월 25일(수) 21:15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진상조사위)의 조사 기록물이 ‘법안 미비’와 ‘정부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광주로 이관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매장·행불자 등 5월 핵심의혹 규명과 연구를 위해서는 5·18진상조사위가 수집·작성한 원천자료가 5·18기록관, 5·18 기념재단 등 관련 기관이 있는 광주로 이관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왜 이관 못했나 = 5·18진상조사위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기록물 이관에 대한 국회 동의를 얻기 위해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정부의 비협조로 무산됐다”고 25일 밝혔다.

올해 초 종합보고서를 작성하기 앞서 대통령실과 국무총리 등에게 ‘자료이관 국회동의안’을 올렸으나, 끝내 통과되지 못해 국회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전결은 받았으나, 대통령실에서 재가를 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 5·18진상조사위의 설명이다.

현행법상 5·18 관련 기관·단체에 기록물을 이관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광주 이관의 발목을 잡았다.

현행법은 ‘위원회가 진상규명 조사를 위해 수집한 기록물은 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국회의 동의를 얻어 5·18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 등 또는 단체로 이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이관 대상 기관이 모호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이 별도 절차 없이 기록물을 5·18기록관, 5·18기념재단으로 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소관 위원회인 국방위원회 심사를 받는 단계에 그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5·18진상조사위 청산팀까지 해산되고 난 이후 이관 작업을 담당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은 물론 법 개정안에도 5·18진상조사위 활동 종료 이후 자료 이관 작업에 대한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가 소속돼 있던 국방부에서 도맡아 이관 작업을 하는 것이 수순이지만, 이 경우 이관 시점과 실행력 등에서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5·18 후속 연구 차질 우려 = 5·18 진상규명과 연구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기록원으로 기록물이 영구 이관될 경우, 기록물을 처음부터 다시 검수하고 개인 식별이 가능한 내용 등에 대한 공개·비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등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전국의 중요 기록물들을 관리하므로 5·18 기록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리란 보장도 없으며, 시간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실제로 시민들이 자료를 열람할 수 있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국가 주도 5·18 진상조사의 한계점을 보완할 민간 주도의 후속 진상규명 활동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한 5·18 관련 기록연구사는 “광주시 등에 이관된 기록은 5·18 전문 기록관으로서 목록 작성과 내용 정리를 체계적으로 하기 쉽지만, 국가기록원 기록물은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접근하기 어렵다”며 “자료 번호와 제목만으로 열람 신청을 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커 연구 작업도 차질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선태 전 5·18진상조사위원장은 “5·18 피해에 대한 실상이 담긴 자료를 총체적으로 수집해 놓은 만큼, 자료에 대해 외부에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후속 조사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민간인 개별 피해부터 암매장, 행불자, 군 상층부 조사 등 미완성 과제들을 지속 조사하기 위해서는 빠른 자료 이관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범정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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