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로펌, 광주·전남 잠식에…지역 법조계 ‘아우성’
  전체메뉴
네트워크 로펌, 광주·전남 잠식에…지역 법조계 ‘아우성’
6개사 10곳에 분소…사은품 등 공격적 홍보로 지역사건 쓸어담아 갈등
상담 따로 서면 따로 소송 따로…책임 질 변호사 없어 서비스 질적 하락
변호사 없이 직원만 상주하기도…여수·목포 변호사들, 민원·징계 요청
2024년 08월 27일(화) 20:40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 법조계에서도 일명 ‘네트워크 로펌’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 로펌이 광주지역 법률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 지역 변호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에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여수와 목포 지역변호사들이 광주지방변호사회에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민원과 징계를 요청했다.

징계 요청 사유는 허위광고 등의 광고규정 위반과 사무소 운영규정 등 변호사법 위반으로 알려졌다.

광고시 금지 단어를 사용하고, 홍보를 위해 사은품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사무소에 변호사가 없고 사무장 등의 직원만 상주하고 있다는 점도 징계요청 사유로 꼽힌다. 변호사법 시행령은 ‘분사무소에는 1명 이상의 변호사가 주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광주·전남 전남지역 변호사들이 ‘네트워크 로펌’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생존이 위협받고 있어서다.

광주·전남에 진출한 네트워크 로펌은 지난해 5곳이었지만 올해 한 곳이 늘어 총 6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8월 현재 광주지방변호사회에 등록된 지역 법무법인은 40개인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숫자다.

네트워크 로펌들은 광주와 순천, 목포 등 총 광주·전남 10곳에 분사무소를 열고 법률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곳들에는 총 37명의 변호사가 등록돼 있다.

이들은 거액의 광고비를 들여 포털 사이트 등에 배너 등의 광고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인 소개나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건 당사자들의 사건을 수임하는 전통적인 법률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마케팅으로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일부 네트워크 로펌은 사무실을 법원 주변이 아닌 도심 근처에 두기로 한다. 실제 광주에서도 지산동 법조타운이 아닌 동구 충장로에도 네트워크 로펌의 사무실이 있다.

또 네트워크 로펌들은 일명 ‘전관 마케팅’을 활발하게 하며 성범죄나 음주 운전, 마약 초범 등의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지역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지역 변호사들은 법률서비스 하락을 우려한다.

변호사들은 “ 네트워크 로펌은 의뢰인이 찾아오면 수사 단계에서는 검·경 출신이, 재판 단계에서는 판사 출신이 사건을 맡는다고 안내하지만 실질적으로 사건을 전체적으로 보고 책임지는 변호사는 없다”고 강조한다. 한 변호사가 책임지고 사건을 도맡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광주 쪽에 사건이 몰리면 법정에 제출할 의견서 등 서면은 서울이나 타 지역에 있는 변호사가 작성하고, 법정 출석은 지역 변호사가 출석하는 식이다.

결국, 사건을 전담하는 변호사가 없다보니 사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패소시 책임관계가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있다.

유명 법조인 출신 전관을 앞세우는 광고가 대부분이지만 실제로는 전관 출신이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등 과장 광고도 문제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로펌이 사건을 쓸어담으면 지역 변호사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트워크 로펌이 공룡 프랜차이즈가 되고 지역 로펌은 소멸해 젊은 지역 변호사들의 수도권 이탈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는 “네트워크 로펌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달에 1~5억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쏟아부어 지역 시장을 공략해도 영세한 지역 변호사들이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네트워크 로펌이 지역 사건을 다 쓸어담으면 지역 법조계 소멸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네트워크 로펌이란

하나의 법무법인 이름으로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사무소를 내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을 말한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