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에너지 자립을 위한 초석, 원자력 - 이경진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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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에너지 자립을 위한 초석, 원자력 - 이경진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2024년 08월 08일(목) 22:00
실사구시(實事求是)는 중국 한서에 나오는 한자성어로,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라는 말이다. 조선 후기인 17세기부터 대두됐던 실학(實學)을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하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커다란 전란을 겪은 후에도 변하지 않고 실생활과 동떨어진 성리학의 탐구에만 몰두하는 사회를 어떻게든 개혁하려고 했던 실학자들의 사상을 대변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실제 삶에서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물, 공기 등 아주 기본적인 물질부터 의식주라는 삶을 영위하는데 영향을 주는 모든 것들이 해당한다. 그 중 없어서는 안 될 요소 중 하나가 에너지, 바로 전기다. 전기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전기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에너지원은 수력, 화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이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수력은 전기발전사 초기에 한 획을 그은 에너지원이었으나 지리적 계절적 제약이 있고, 발전량이 미미하다. 화력은 대용량 발전이 가능하나 탄소배출의 주원인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감축의 대상이 됐다.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나 아직은 간헐성과 대용량 저장의 어려움, 높은 발전 단가라는 단점이 있다. 원자력은 대용량 발전이 가능하고 발전단가가 신재생에너지의 4분의 1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고, 탄소배출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같은 폐기물이 발생해 별도의 보관 장소가 필요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극한호우, 가뭄, 폭염이 반복되면서 해마다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는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탈탄소화를 위해 화력은 줄이고 원자력, 신재생 등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에너지를 늘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국토의 삼면이 바다를 접한 반도이며, 북한을 대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외부 에너지 수급이 불가능해 에너지 자립은 필수 요소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의 석유 생산량 조정 등을 통한 원자재 가격변동의 영향은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여러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값싸고 안정적이며 탄소배출이 없는 대용량 에너지원이면서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소용량, 높은 발전단가 등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는 원자력이다. 에너지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는 원자력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동중인 25기 원전 중 198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10기의 운영허가가 만료된다. 운영 중인 발전소를 정지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만큼 기존 전력 수요량을 충족시킬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지선정부터 건설, 시운전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운영허가 기한에 도달한 원전 252기 중 233기가 계속운전을 승인받았다. 미국과 일본은 계속운전을 20년 단위로 승인한다. 미국의 원전 평균 설계수명은 40년이나, 두 차례의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80년을 운전하는 발전소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년 단위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 기준에 미국의 계속운전 규정을 추가해 가장 엄격한 수준의 계속운전 심사를 하고 있다. 계속운전 심사는 법적기준에 따라 주기적 안전성평가, 주요기기 수명평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 총 3가지를 시행한다. 그 결과 국내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 승인이 완료됐으며 최근 고리 2·3·4, 한빛1·2호기, 한울1·2호기에서는 계속운전 심사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한빛1·2호기의 경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공람 및 공청회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원전 반경 30km 내에 있는 방사선비상구역인 원전주변지역 주민들에게 공람하고 의견을 수렴한다. 공청회에서 합리적인 의견들이 개진되고 좋은 협력 방안들이 도출돼, 지역과 원자력 그리고 우리나라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을 기대해 본다.

기후위기라는 커다란 문제 앞에, 저렴하고 청정한 전기를 안전하게 생산하는 원자력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조건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실사구시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에너지원이 원자력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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