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지금,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올림픽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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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지금,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올림픽 경기장
100년 만에 열리는 지구촌 축제
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유도
센느강에서는 수영 경기 열려
일부 시민 불만 속 화려한 개막식
2024년 07월 26일(금) 09:00
100년 만에 올림픽을 다시 개최하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과 개회식의 주요 행사가 열릴 트로카데로 광장 일대가 불을 밝힌 채 전 세계에서 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은 오는 26일 오후(현지시간)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센강과 트로카데로 광장 일대에서 성대한 개회식을 열고 16일간의 열전을 시작한다. 크로스 필터를 사용해 촬영한 에펠탑 일대 모습. /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틀 후면 세 번째(1900년·1924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파리 시내 곳곳에서는 비슷한 광경들이 연출됐다.

리볼리가(街)나 생제르맹대로 등 파리를 가르는 센강을 중심으로 양안에 위치한 주요 도로들은 죄다 막혀 있고, 바리케이드 앞에 선 경찰들과 시민 또는 관광객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바리케이드 지역을 통과할 수 있는 패스가 없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찰의 제지를 수긍하고 다른 길로 돌아갔지만 일부는 화를 내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 이미 여러 번 같은 방식으로 갈 길이 막혔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동원된 경찰 중에는 지역에서 차출된 인원이 많아서인지 파리 지리를 전혀 모르는 듯 제대로 된 우회경로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개발도상국이 어렵사리 올림픽을 따낸 게 아닌 경우라면, 즉 올림픽이 열리는 선진국의 시민은 대회 유치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최근의 추세다. 100년 만에 지구촌 축제를 준비한 파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7년 파리가 개최지로 결정된 이후 시내 도로 곳곳에 자리잡았던 공사장들은 불편하긴 해도 탄소제로를 목표로 한 자전거도로여서 긴 안목으로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 그 탁하디 탁한 센강에서 수영 종목 경기를 열겠다면서 대선 주자급 여성 시장이 수영복을 입고 직접 강에 뛰어든 장면은 시민들의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의 계획을 들여다보면 이런 일련의 일들이 어쩌면 예견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개최도시의 흔한 풍경은 경기장 건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들은 새 경기장 건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로 짓는 것은 국제경기 규격의 수영장과 배드민턴이 열리는 8000석 규모의 경기장 두 곳이 전부다. 시내에 위치한 주요 관광지 또는 인근 공원부지를 활용해 임시 경기장을 만들고, 대회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게 철거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게다가 임시경기장 건축에 사용된 자재들은 100% 재활용을 한다고 한다.

서울이라면, 경복궁 마당에서 비치발리볼 경기를 하고, 시청 광장에 길거리 농구 경기장을 설치하는 식이다. 계획이 이러하니 시민들과 관광객의 불평이 쏟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짐작해 보건대 이쯤 되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경기장이 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파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에펠탑 바로 앞에도 경기장이 들어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광버스가 오가고 시민들이 조깅을 즐기던 이 곳에 관중 1만2000명이 들어가는 그럴 듯한 비치발리볼 임시경기장이 뚝딱 생겼다. 해당 장소는 굵직한 콘서트가 열리거나 매년 국경일에 화려한 불꽃놀이로 파리지앵들을 끌어들이던 곳이다. 에펠탑과 군사학교 사이에 놓인 잔디 광장인 샹드마르스에도 임시 경기장이 들어서 유도와 레슬링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파리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이 열렸던 1900년 파리에서는 또 다른 국제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바로 만국박람회다. 당시 처음으로 선보인 대형전시장 그랑 팔레는 지금까지도 파리지앵의 최애 전시공간이다. 종종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형전시회나 샤넬 패션쇼가 열리는 이곳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 그랑 팔레에서 나와 센강을 향하면 역시 1900년에 설치돼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로 꼽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 역시 경기장으로 사용된다. 수영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 등을 위한 관람석이 이미 다리 위에 설치됐다. 기어이 센강에서 수영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게 됐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지나면 나오는 앵발리드 잔디 광장은 도로사이클과 양궁, 마라톤 등이 열리게 된다. 앵발리드는 17세기 중후반 상이용사를 위한 병원 및 요양원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지금은 군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앵발리드 내의 황금빛 돔으로 유명한 생루이 성당에는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다.

샹젤리제 거리의 끝에 있는 콩코드 광장 역시 거대한 경기장 또는 놀이터로 변했다. 여기서는 스케이트보드와 3대3 길거리 농구 등의 경기가 열리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콩코드 광장은 국경일에 열리는 열병식을 하는 곳인데 이번에는 패럴림픽의 개막식 장소로 선정됐다. 열병식 때와 비슷하게 샹젤리제 양쪽에 스탠드를 설치해 6만5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불만과 우려를 뒤로 하고 펄럭이는 오륜기 깃발 아래 파리가 술렁이고 있다. 이제 곧 도시 이곳저곳이 눈물과 환호로 뒤덮일 것이다. 센강변을 느릿하게 걷는 도시 산책자의 낭만은 잠시 접어둬야 할 듯하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파리는 도시 전체를 경기장으로 사용한 멋진 사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스타디움이 아닌 곳에서 개막식을 여는 첫 대회도 바로 파리이다. 천년 수도 파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이 기대되는 이유다.

/프랑스 파리 = 정상필 통신원 sphil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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