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구도심 일대 고대 도시 흔적 잇따라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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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구도심 일대 고대 도시 흔적 잇따라 발굴
북구 누문동에 통일신라 건물
동구 남동에선 고려 사찰 흔적
고려시대 대황사지 또는
다른 사찰 존재 가능성 높아
통일신라 무진도독성 일대
매장 문화유산 다수 존재할 것
2024년 06월 04일(화) 19:40
광주시 동구 남동 일대에서 발굴된 고려 시대 암키와. 상부에 사찰 건물에 쓰였음을 뜻하는 만(卍)자가 새겨져 있으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사진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재)전남문화유산연구원 제공>
1994년 10월 광주 북구 누문동에서 통일신라 건물지와 유물이 출토된데 이어 이번에는 광주 동구 남동에서 고려 사찰인 대황사(大皇寺)의 실체를 암시하는 명문 기와편이 발굴됐다. 1998~1999년 광주 지하철공사, 2006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등의 과정에서도 고려·조선시대 유물들이 다수 출토됐다는 점에서 통일신라 무진도독성이 자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구도심 일대에 고대도시의 흔적들이 산재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황사는 그동안 광주읍성 인근에 실존했던 고려 사찰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위치나 규모 등은 알려지지 않아 이번 발굴이 실체를 추적하는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 학계에서는 이번 발굴을 바탕으로 ‘고대 광주의 역사’를 추적하는 조사·발굴 사업이 전면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 동구는 지난달 22일 ‘매장문화유산 공고’에서 “지난 4~5월 시행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산길 확장 부지인 동구 남동 99-3번지 일대 510㎡ 구간 유적 현장조사에서 자기, 기와 등 유물 30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출토된 유물은 고려시대 청자편 3점, 조선시대 백자와 청자편, 옹기편 등 9점 등 자기류와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기와편 9점, 조선시대 기와편 9점 등이다.

재단법인 전남문화유산연구원의 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물이 발굴된 지역은 고려시대 사찰인 대황사지(11세기 창건 추정) 권역으로 추정된다. 광주읍성(1378년 축성) 성벽 외곽지역이다. 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적심 1기(대형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기 위한 다짐돌), 수혈유구(땅에 구덩이를 파서 만든 자리로 무덤·주거지 등의 흔적) 15기, 주공열(기둥 구멍) 1기, 우물 1기가 발굴됐다. 유물은 수혈유구에서 발견됐으며, 사찰 건물에 쓰였음을 뜻하는 한자 만(卍)자(길이 6㎝, 너비 4㎝) 명문이 새겨진 고려시대 수키와와 암키와가 출토됐다. 명문은 육안으로 뚜렷하게 볼 수 없으나 희미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연구원은 ‘만’자 기와와 적심·주공열 등 건물지의 흔적이 발견된 점 등에서 고려시대 대황사지 또는 다른 사찰과 연관된 시설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연구원측은 “이번에 발굴한 기와는 아직 정확한 위치나 규모를 파악조차 못한 ‘대황사지’의 권역을 추정할 수 있는 사료”라고 평가했다.

또 조선시대 유물들이 동시에 발견됐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에도 유적이 추가 조성되거나 폐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인근에서 발견된 우물은 약 3m 깊이만 남아있는데, 주변의 다른 우물들과 달리 축조방법이 조잡하고 벽면이 쉽게 무너져내린다는 점에 비춰 근대 들어 급하게 조성되고 이후 건물이 들어서면서 폐기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광주시 동구 광산동 일대는 통일신라시대 무진도독성부터 고려시대 사찰인 대흥사지와 조선시대 광주읍성이 있던 곳으로, 대흥사지는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위치 및 범위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추정지만 남아있는 상태다. 고려시대 사찰 권역은 분포 범위가 상당히 넓고, 특히 광주 동구는 평야 지대라 대황사지의 권역도 상당히 넓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유물 출토지가 대황사지 권역에 들었을 수 있고, 인근에 다른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광주시 동구 일대에 굴착 작업을 거쳐 세운 건물이 많지 않으므로, 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아직 발굴하지 못한 유적이 다수 남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득염 전남대 건축학부 석좌교수(전 한국학호남진흥원장)는 “광주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고대 도시인데, 광주학생운동·의병·5·18 등 근현대 역사에 초점이 맞춰져 고대 시대의 역사 발굴에는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발굴을 계기로 사찰과 관아 등 위치를 추정하고 광주 시내 일대의 과거 유적들을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조사지역의 한계가 있어 유적의 전체적인 범위나 시기에 따른 건물지의 형태나 용도에 대한 조사가 미비했다”며 “향후 일대에 대한 지속적인 추가 조사로 성과물의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주변의 대황사지나 광주읍성과의 연관성이 확인되고, 역사적인 성격과 의미를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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