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여명 폐지 주워 근근이 생활…노인 절도사건도 급증
[역주행 돌풍 영화 ‘사람과 고기’로 본 광주·전남 빈곤 노인 실태]
전남 고령인구 27.4% 전국 최고…절반 이상 월 소득 100만원 이하
노령연금 1인당 평균 수급액 월 67만원…조손가정도 6000여 가구
기초연금 인상·기초생활보장 수준 강화 등 촘촘한 사회안전망 필요
전남 고령인구 27.4% 전국 최고…절반 이상 월 소득 100만원 이하
노령연금 1인당 평균 수급액 월 67만원…조손가정도 6000여 가구
기초연금 인상·기초생활보장 수준 강화 등 촘촘한 사회안전망 필요
![]() 영화 ‘사람과 고기’ 중 안수(맨 오른쪽)의 제안으로 고깃집에 둘러 앉아있는 화진(왼쪽부터)과 형준. |
극장가에서 역주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사람과 고기’가 광주·전남의 노인 빈곤 현실을 다시 주목하게 하고 있다.
‘사람과 고기’는 생계에 몰린 노인 3명이 ‘공짜 고기’를 먹기 위해 무전취식을 반복하며 도시를 떠도는 내용을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낸 영화다.
집은 있지만 자식들과 20년 넘게 연락이 끊겨 폐지를 줍는 형준(박근형), 사고로 딸과 사위를 잃고 손자를 뒷바라지하며 길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예수정), 부인도 자식도 없이 역시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우식(장용) 등 세 노인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길에 버려진 종이상자 하나를 두고 몸싸움을 하다 넘어지고, 고양이 참치캔이 맛있냐고 물어보는 등 웃음을 주는 장면 뒤엔 가족과 사회에서 고립된 노인의 비극이 자리한다.
광주·전남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전남의 고령인구 비중은 27.4%로 전국 최고다. 광주도 17.9%로 전국 평균(20.3%)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23년 38.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광주의 노인가구 중 기초생활수급가구는 1만 7398가구, 전남은 2만 7271가구다.
전남도가 발간한 ‘2025 전남의 사회지표’를 보면 전남 지역의 경우 70세 이상 인구 중 55.4%는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빈곤층이다. 또 70세 이상 가구 중 49.2%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는 기초연금이 삶의 버팀목이지만 금액은 충분치 않다. 노령연금 수급자의 1인당 평균 수급액은 월 67만9331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폐지 수집 노인의 월평균 소득은 74만2000원으로 전체 노인 평균 소득(129만 8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역의 폐지 줍는 노인은 광주 1761명, 전남 1752명 등 3500여명에 달한다.
전남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감소하고 수급자 수는 증가하고 있어 연금 재정 부담 증가로 노후 소득보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3년 기준 전남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69만689명으로 전년 대비 6569명 감소한 반면 수급자 수는 32만7217명으로 전년 대비 6352명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결국 영화 속 세 노인처럼 광주·전남 노인들도 팍팍한 생계에 아픈 몸을 이끌고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20~2025년 장기요양 등급을 포기하고 ‘노인 일자리’에 참여한 사례는 전국 829명 중 광주·전남이 106명(12.8%)이었다. 경제적 궁핍이 건강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셈이다.
노년 빈곤은 손주의 교육비·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조손가정에게 더 무겁다. 영화 속 화진이 일찍 세상을 떠난 딸 대신 손자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길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같은 조손가구는 광주에서 2020년 2323가구→2023년 2343가구로 소폭 늘었으며, 전남은 같은 기간 2020년 3885가구→2023년 3517가구로 집계됐다.
빈곤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화 속 세 노인은 “장사가 잘 되는 집만 가고, 사람이 많은 복잡한 곳을 선택하며, 비싼 소고기는 먹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지만 무전취식을 일삼다 결국 붙잡혀 법정에 서게 됐다.
현실에서도 노년 범죄가 늘고 있다.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절도 피의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 반면, 61세 이상 절도 피의자 수는 2020년 2만3005명에서 2024년 3만4185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체 절도 피의자 중 61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23.4%, 2021년 29.1%, 2022년 30.7%, 2023년 30.8%, 2024년 33.9%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전남의 노인들이 더 이상 ‘사람과 고기’ 속 주인공들처럼 빈곤과 외로움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층의 빈곤과 사회적 고립 및 단절의 결과로 인한 생활비 주거비, 의료비 등의 부담으로 인한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수준을 실질적으로 올리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해 소득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및 지역 복지관을 중심으로 ‘안부 확인’·‘이웃 연결’ 프로그램을 상시화하고, 고독사 예방사업에 대한 정책을 적극 실천해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할 수 있어야한다”며 “마지막으로 노인이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해 커뮤니티 케어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사람과 고기’는 생계에 몰린 노인 3명이 ‘공짜 고기’를 먹기 위해 무전취식을 반복하며 도시를 떠도는 내용을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낸 영화다.
집은 있지만 자식들과 20년 넘게 연락이 끊겨 폐지를 줍는 형준(박근형), 사고로 딸과 사위를 잃고 손자를 뒷바라지하며 길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예수정), 부인도 자식도 없이 역시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우식(장용) 등 세 노인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길에 버려진 종이상자 하나를 두고 몸싸움을 하다 넘어지고, 고양이 참치캔이 맛있냐고 물어보는 등 웃음을 주는 장면 뒤엔 가족과 사회에서 고립된 노인의 비극이 자리한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전남의 고령인구 비중은 27.4%로 전국 최고다. 광주도 17.9%로 전국 평균(20.3%)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남도가 발간한 ‘2025 전남의 사회지표’를 보면 전남 지역의 경우 70세 이상 인구 중 55.4%는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빈곤층이다. 또 70세 이상 가구 중 49.2%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 형준이 폐지 수집 리어카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트리플픽처스 제공> |
폐지 수집 노인의 월평균 소득은 74만2000원으로 전체 노인 평균 소득(129만 8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역의 폐지 줍는 노인은 광주 1761명, 전남 1752명 등 3500여명에 달한다.
전남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감소하고 수급자 수는 증가하고 있어 연금 재정 부담 증가로 노후 소득보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3년 기준 전남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69만689명으로 전년 대비 6569명 감소한 반면 수급자 수는 32만7217명으로 전년 대비 6352명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결국 영화 속 세 노인처럼 광주·전남 노인들도 팍팍한 생계에 아픈 몸을 이끌고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20~2025년 장기요양 등급을 포기하고 ‘노인 일자리’에 참여한 사례는 전국 829명 중 광주·전남이 106명(12.8%)이었다. 경제적 궁핍이 건강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셈이다.
노년 빈곤은 손주의 교육비·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조손가정에게 더 무겁다. 영화 속 화진이 일찍 세상을 떠난 딸 대신 손자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길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같은 조손가구는 광주에서 2020년 2323가구→2023년 2343가구로 소폭 늘었으며, 전남은 같은 기간 2020년 3885가구→2023년 3517가구로 집계됐다.
빈곤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화 속 세 노인은 “장사가 잘 되는 집만 가고, 사람이 많은 복잡한 곳을 선택하며, 비싼 소고기는 먹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지만 무전취식을 일삼다 결국 붙잡혀 법정에 서게 됐다.
현실에서도 노년 범죄가 늘고 있다.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절도 피의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 반면, 61세 이상 절도 피의자 수는 2020년 2만3005명에서 2024년 3만4185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체 절도 피의자 중 61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23.4%, 2021년 29.1%, 2022년 30.7%, 2023년 30.8%, 2024년 33.9%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전남의 노인들이 더 이상 ‘사람과 고기’ 속 주인공들처럼 빈곤과 외로움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층의 빈곤과 사회적 고립 및 단절의 결과로 인한 생활비 주거비, 의료비 등의 부담으로 인한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수준을 실질적으로 올리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해 소득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및 지역 복지관을 중심으로 ‘안부 확인’·‘이웃 연결’ 프로그램을 상시화하고, 고독사 예방사업에 대한 정책을 적극 실천해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할 수 있어야한다”며 “마지막으로 노인이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해 커뮤니티 케어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