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너머로 보이는 환상과 가상의 세계들…호남조각회 기획전
  전체메뉴
현실 너머로 보이는 환상과 가상의 세계들…호남조각회 기획전
28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2024년 04월 22일(월) 19:20
김광례 작 ‘떠나가는 배’
영어의 ‘일루전’(illusion)은 착각, 환상, 가상 등의 의미를 지닌 말이다. 현실처럼 보이더라도 실상은 또렷하지 않고 환상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어쩌면 예술의 본질은 일루전인지 모른다.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 보이는 이면의 양상을 파고드는 것이 예술이다. 창작은 기존에 없는 것을 새롭게 창안하고, 풀어내며, 해석하는 일이다. 한편으로 있는 것을 전복하거나 다른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각하는 작용이 반응하는 형상’이라는 주제의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호남조각회 기획전으로 마련됐다.

호남조각회(회장 김광례)는 호남대 조각전공자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단체로 회원들은 전국에서 다양한 작업을 펼쳐가고 있다. 김광례, 김대승, 김상옥, 김숙빈, 김지은, 박성문, 선명희, 양훈섭, 우정호, 이병선, 정숙경, 조성태, 천기정, 최용석, 허서형 작가 등이 모두 25개 작품을 출품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적인 AI와 미디어 등 첨단 기술로 대변되는 현 상황에서 조형의 흐름이 어떤 양상으로 표현되고 재구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김광례의 ‘떠나가는 배’는 먼 곳으로 항해하는 배의 역동적인 장면을 표현했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배는 미지의 곳에 대한 기대와 과연 그곳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이 교차한다. 작품을 오래 주시하고 있으면 우리 삶의 모습을 특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김대승 작가의 ‘부부’는 노년에 이른 남편과 부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남편은 편안한 쇼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부인은 작은 의자에 간신히 몸을 의탁하듯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안쓰럽다. ‘간 큰 남자’의 행태를 희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김지은 작가의 ‘너의 생일’은 생일을 맞아 주인이 뿌려주는 꽃잎에 반려견이 신이 난 모습을 구현했다. 작품에서 흥겨움과 정겨움이 묻어난다.

한편 김광례 조각회장은 “이번 전시는 눈에 보이는 현실의 단면들이 지각하는 것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일루전’을 매개로 조각들이 구현되고 표현되는 부분을 사유하는 것도 예술과 친숙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