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년, ‘그날의 진실’ 떠오를 줄 모르고…
  전체메뉴
세월호 10년, ‘그날의 진실’ 떠오를 줄 모르고…
성과없이 끝난 진상 규명…관련자 다수 무죄·사면
추모 체험공간 ‘국민해양안전관’ 방문객 죄책감만
2024년 04월 14일(일) 19:40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14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
2014년 온 국민을 절망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10주기를 맞았다.

진도 팽목항은 세월호의 비극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우리 지역에 더 큰 아픔으로 자리잡았다.

10년 동안 진도는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희생자 304명 중 5명은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진실규명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밝혀지지 않은 그날의 진실=침몰 원인과 책임자 등 ‘그날의 진실’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하지 못했는지 등을 알아내기 위해 2015년부터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까지 3개의 조사위원회가 발족했지만 진상규명은 미완으로 남았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한계를 안고 출범한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년여 만에 종료됐다.

세월호 인양이 추진되고 2017년 3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인양된 선체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2018년 3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으나 선체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인설’과 외부 충격에 의한 ‘외력설’ 모두 가능성이 있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놓은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관련자 다수가 무죄 또는 사면을 받으면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퇴선 명령 등 구호 조치 없이 혼자 빠져나간 이준석 선장은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순천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항해사와 승무원 14명도 유기치사 등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고, 현장 구조책임자였던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처벌은 민간과 현장 책임자에 그쳤다.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기소된 해경 지휘부 10여명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무죄를 확정받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징역이 선고됐던 김대열, 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들은 올 설 연휴 특별 사면을 받았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2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죄 선고를 내린 바 있다.

◇진도는 변했지만, 아픔은 여전= 세월호는 진도 지역민들에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참사당시와 그 이후 전 국민적인 슬픔이 진도에 응결됐기 때문이다. 진도 지역민들은 “진도군을 ‘위험한 곳’, ‘가지 말아야 할 섬’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지 않고서는 참사 발생 전 ‘청정 진도’, ‘보배섬 진도’의 명성을 회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기름유출로 조업이 중단되고 농수산물 판매가 어려움을 겪으며 9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에 어민들은 소송전까지 감수했었다.

10년 세월 이후 당시를 회상하는 진도경제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그날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30년간 진도에서 수산물을 팔았다는 이선암(여·63)씨는 “세월호 사태가 막 터졌을 때 예민한 사람들은 찝찝해서 못 먹겠다며 진도 수산물을 피하기도 했다. 택배 받아놓고 진도산이라며 반품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그때 너무 힘들고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진도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순신(여·65)씨 또한 “사람들이 다 우울하고 힘든데 식당에 와서 밥 먹을 정신이 있겠나. 그 때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많이 힘들었지만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 생각하면 힘들단 소리조차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진도 지역민인 조영일(54)씨는 “세월호 이후 희생자 가족들도, 진도와 목포 사람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잊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떠오르면 다들 눈물이 난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들이 세월호를 계속 상기하고 반성해야 하지 않겠나”고 전했다.

/진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