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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울 속 인간 -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2023년 12월 22일(금) 06:00
최근 인공지능, 로봇 등을 둘러싼 테슬라, MS, 구글 등 초거대 테크 기업들의 숨가쁜 행보를 보고 있자니, 우리들은 이미 미래에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상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일상이 결코 따분하고 지루한 공간이 아님을 생생하게 실감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현실 세계(Real world)를 지배하는 그런 슈퍼 컴퓨터가 지금 우리 세계에서는 바로 AI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출시된 로봇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자율 로봇을 선보였다. 오죽하면 테슬라가 공개한 시연 영상을 두고 로봇 전문가들이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획기적이다. 다른 한편, 자동화된 기계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것은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AI때문에 대량 해고당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펜타닐에 중독된 좀비 인간들이 창궐하고 있다.

이미 현대 사회는 우리가 상상했던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두 실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21세기는 역사이래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근본적인 변화의 시기이다. 그러나 개개인이 느끼는 삶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태풍의 한 가운데인 태풍의 눈이 오히려 고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SF 속 미래는 현대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밤 풍경이 좋아 사진을 찍었더니 폰은 내가 본 풍경과 전혀 다른 모습을 담고 있다. 훨씬 더 선명하고 환하다. 그러나 인간의 눈으로는 낮도 밤도 아닌 이런 낯설은 밝기를 경험하기 힘들다. 아무리 선명하게 보여도 인간에게 이런 사진은 현실감 없는 낯선 풍경이지만,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폰이 알아서 더 잘 찍어주는 것에 우리는 익숙하기 때문이다. 매우 익숙한 낯선 풍경이다. 이미 자본주의적 가치로 무장한 고도의 과학기술이 부지불식 중에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하게 파고 들어와 있다. 대다수의 현대인은 그저 소비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인공지능이란 곧 인간이 만든 지능이란 말이다. 여기에 각종 로봇기술을 조합한다면 휴머노이드같은 인공생명체가 된다. 인간이 AI를 만들었다면, 무엇이 인간을 만들었을까? 여기서 ‘인간’이란 단어를 ‘생명’이란 단어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생명은 자연에서 탄생했다. 자연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나타나는 제반 현상이니, 곧 우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인간은 AI를 만들었고, 우주는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이나 인공생명체나 둘 다 누군가의 피조물일 뿐이다. 자유의지, 자율성의 환상에서 벗어나 생각해보자. 진화의 역사를 돌아보면 생명 없는 것에서 생명이 창발(創發)했다. 자유의지, 주체성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연의 산물이다. 그러니 인간으로부터 인공생명체가 창발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인간들은 자신의 어머니인 자연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하고 훼손시켰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인간들이 AI나 로봇같은 것들의 지배를 받으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전 인류적 차원에서의 과보가 아니고 무엇일까?

인류는 역사시대를 열며 문명이라는 도구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곧바로 문명에 중독된 인간은 사회를 벗어나 생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것은 인류가 맞이한 첫번째 근본적인 변화이다. 일본 역사에서 사무라이는 애초 귀족들에게 고용된 처지였다. 그러나 혼란스런 정국이 오래도록 이어지면서 사무라이의 역할은 갈수록 커졌고 결국 사무라이가 권력을 쥐는 막부 시대가 등장하였다. 인류 문명도 이와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 인간은 편리함과 욕망을 위해 기술을 적극 이용했고, 이런 현실에 익숙해지다 보니 기술의 역할은 갈수록 커져, 결국 인공생명체까지 등장하며 이들에게 모든 권력이 귀속되는 상황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21세기는 이런 변화의 변곡점에 있다. 어쩌면 이것이 인류에게 닥치는 두번째 근본적인 변화가 될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인류는 자신의 바깥을 향하여 달려왔다. 이제는 전 인류적 차원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해야 한다. 거울을 보면 거울 저편에 내가 있다. 나의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누구도 거울 속 나를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허상이긴 하나 거울 속 나를 통해 나를 본다. AI는 거울을 마주한 인간이 바라보는 거울 속 인간과도 같다. 그러므로 인류는 AI를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 인간이 정복해야 할 것은 이 세상이 아니라 마음이다. 붓다가 이미 2500년 전에 갔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