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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공감- <4> 지병근 조선대 법사회대학장] 선거와 후보자 토론
2023년 11월 30일(목) 19:10
후보자 토론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할 때 1960년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케네디와 닉슨 간 TV토론회가 자주 언급되곤 한다. 닉슨보다 선거인단을 84명 더 확보했지만 열세에 놓였던 케네디가, 전국 득표율 차이가 불과 1%p였던 박빙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TV토론회에서 그가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유권자들이 매료됐기 때문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거의 모든 민주 국가에서 TV로 생중계되는 후보자토론회는 선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의 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군중을 동원해 막대한 선거비용이 소요됐던 합동연설회가 폐지된 후 TV토론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지난해 2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지상파 3사가 공동주관해 생중계한 대선후보자토론회의 합계 시청률이 39%에 이른 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선거에서 TV토론회가 얼마나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TV토론회를 비롯한 후보자토론회를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이 선거관리의 핵심 과제가 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2004년 중앙과 시·도 및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설치해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 대담·토론회와 정책토론회를 주관하도록 한 이유 또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후보자 간 갈등과 선거의 공정성 시비가 재연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TV토론회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이에 임하는 정당과 후보자들은 누가 참여하고, 누가 사회를 보는지, 어떤 쟁점을 다루는지, 그 형식과 내용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후보자토론회와 관련된 공정성 시비는 대체로 패널 구성과 방송 시간대와 관련이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정책토론회는 5인 이상 국회의원을 보유하거나, 직전 선거 3% 이상 득표한 정당을 초청해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방송사들은 주요 정당 후보들의 토론회는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군소 정당 후보들의 토론회는 심야 시간대에 편성하곤 한다.

선거가 민주적 책임성의 기제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정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후보자 간 경쟁 과정에서 공정성이 보장돼야 하며, 후보자토론회 역시 이에 부합해야 한다.

TV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들은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고 선출직 공직자로서 능력과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다. 유권자들은 직접 대면하지 못하지만, 후보자들의 표정과 발언을 관찰하며 그들의 인품과 정책을 평가하고 선거에서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게 된다. 아울러 TV토론회는 선거 결과의 ‘불확실성’을 강화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촉진하기도 한다.

임박한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토론회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민주적 선거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제도 및 운영 방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