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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상조사위의 역사적 책무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3년 11월 15일(수) 00:00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의 법적 활동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5·18 진상 규명을 위해 2019년 12월 출범한 진상조사위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컸다.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린 자, 헬기 기총소사, 행방불명으로 신고된 수 백 명 시민이 어디에 있는지 등 은폐된 진실을 밝혀줄 것으로 믿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법적 활동 시한 마감을 앞둔 올해 진상조사위에서는 우려할 만한 소식들이 흘러나왔다. 지난 9월에는 진상조사위 핵심 간부에 대한 조사위 전원위원회의 사직권고 사태가 불거졌다. 준비되지 않은 청문회 개최 검토가 조사위 간부의 입을 통해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게 도화선이 됐다. 진상조사위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고 결국 진상조사위는 “10월 청문회 개최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심상치 않은 조짐에도 광주에서는 ‘우리가 안고 가야 한다’며 용인했다. ‘광주마저 진상조사위를 몰아붙여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사태가 봉합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보고서 작성 차질

문제는 진상조사위 활동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아직도 거둘 수 없다는 데 있다. 진상조사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진즉 이뤄졌어야할 조사 결과 보고서 채택이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직권 조사하는 21개 핵심 사안에 대한 결과 보고서 채택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4년 활동을 마무리하는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핵심 사안이 담겨야 한다. 최초 발포와 집단발포 책임자 및 경위, 군에 의한 민간인 집단 학살, 행방불명자의 규모·소재, 계엄군의 헬기사격 경위와 사격명령자 규명 등이다. 하나 같이 묵직한 내용이다.

조사 결과 보고서가 진상조사위원회 심의에서 채택돼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국가 차원의 종합보고서를 작성하고 대국민 보고회도 개최한다. 종합보고서에는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다. 종합보고서는 국가가 공인하는 정사 (正史) 5·18이자 1980년 5·18 이후 40여 년만에 나오는 진상보고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절차가 차질을 빚고 있자 광주지역 시민단체 등이 2023년 상반기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활동 보고서에 대해 “5·18 진상규명이라는 국민과 지역민의 기대에 반하는 초라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연한 우려고 비판이다.

진상조사위는 “위원회 활동을 마친 뒤에 모든 비판을 받겠다”, “아직 최종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비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정작 진상조사위 집행부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심의, 채택하는 진상조사위원들은 고개를 젓는다. 일부 조사위원들은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가 부실할 경우 채택을 거부하고 그 사유를 적시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부실 보고서를 채택해 역사에 오점을 남기느니 차라리 직무유기를 택하겠다는 의미다. 진상조사위원들이 격앙한 것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진상보고서 초안을 마무리하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서둘러 제출해달라고 독촉해왔기 때문이다. 충분한 검토시간을 부여해 치밀하게 검토하고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진상조사위가 차일피일 보고서 제출을 미루다가 정작 내놓은 보고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법적 조사 권한의 종료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아 추가 보완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법적 조사 권한의 종료일은 다음달 26일이다.



진상조사위 소명의식 가져야

진상조사위가 활동을 종료하고 결과물로 내놓을 종합보고서는 5월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5월을 폄훼하고 왜곡해온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먹잇감이 없을 게다. 자칫 부실한 종합보고서를 제출한다면 또다른 왜곡과 폄훼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달 열린 국회 국방위의 진상조사위에 대한 국감에서 한 여당 국회의원은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기고에 대해 공격을 했다든지, 아세아자동차 탈취라던지 숙련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된 논문을 쓴 지만원 박사 등을 정중히 모셔서 조사를 정확하게 하고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그가 언급한 지만원이 누구인가. 광주사람은 물론 5월 유가족이 치를 떠는 인간 아닌가.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그를 두둔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자 5월을 바라보는 극단적 시각이다.

진상조사위는 5월을 폄훼해온 세력들까지 고개를 끄덕일 수준으로 5·18 종합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진상조사위가 5월을 폄훼하는 그들보다는 성실하고 더 부지런해야 한다. 종합보고서를 제출해야할 시한은 앞으로 7개월이다. 진상조사위가 내놓은 5·18 종합보고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냉정할 것이다. 부디 진상조사위가 역사적 책무를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