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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예술의전당, 장애인에겐 ‘장벽의 전당’
300억 리모델링에도 외부 접근로 없어 지하주차장으로만 출입 가능
차량 진출로 사고 위험…엘리베이터 가는 길 경사 가팔라 오르지 못해
화장실 입구 좁아 전동휠체어 못들어가…전당측 “장애인 편의 개선할 것”
2023년 10월 10일(화) 21:15
휠체어장애인 배영준씨가 지난 6일 광주시 북구 운암동 광주예술의전당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오르지 못하고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공연장인 ‘광주예술의전당’(전당)이 최근 300억원을 들여 대규모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했지만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여전히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들이 지하주차장 엘레베이터를 통해서만 전당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는 폐쇄적인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고 주차장내 경사로가 가팔라 엘레베이터까지 가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6일 휠체어장애인과 함께 찾은 광주시 북구 운암동 전당은 리모델링을 거쳤음에도 장애인 편의시설개선이 이뤄진 곳이 없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하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다. 사실상 유일한 출입구다.

새빛콜(장애인택시)이나 본인이 운전해 전당 대극장 뒷편까지 올라 갈 수는 있지만, 이 길은 입구에 철제 볼라드가 설치돼 있어 접근이 불가능했다. 전당 측은 외부 인사가 방문하거나 공사 차량 출입시에만 이를 열고 있다.

결국 장애인들은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전당으로 올라 가야 한다.

하지만 지하주차장 내 장애인들의 안전조치를 위한 설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휠체어 등을 이용해야만 하는 장애인들이 차량이 이동하는 지하주차장에서 움직이는 차량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당장 이날도 5분 동안 7대의 차량이 이동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장애인이 입구에 진입해 20여m 이동하자 지하에서 차량이 올라왔다. 코너의 차량이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반사경이나 위치 알림 사이렌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자칫 차량과 부딪힐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차량 진입로를 통과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통로도 문제였다. 내려갈 수는 있었지만 경사도가 심해 다시 올라오기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4분의 1 가량 올라왔을 때 휠체어는 오르지 못하고 점차 뒤로 밀려났다. 수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장애인은 홀로 경사로를 오르지 못했다.

동행한 휠체어 장애인 배영준(25)씨는 “운동선수이자 성인 남성인 나조차도 오를 수 없는 경사로를 어떻게 일반 휠체어 장애인들이 다닐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장애인 경사도 기울기는 18분의 1 이하로 설치해야 하고 지형상 곤란한 경우 12분의 1(8.33도)이하를 권고하고 있다.

배씨는 “전당의 경사로의 기울기는 권고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주차장에서 1층으로 올랐지만 장애인에게는 어려움이 계속됐다.

소극장 입구에는 점자블럭 위로 매트가 깔려있어 시각장애인이 알아볼 수 없게 돼 있었고 자동문이 열리는 곳이 아닌 엉뚱한 장소에 점자블럭이 설치돼 문에 부딪힐 위험도 있었다.

대극장은 지상 2층까지 있지만 내부에는 계단만 설치돼 있어 장애인은 올라 갈수 없었다.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 있는 남자화장실 입구가 비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소극장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그나마 대극장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지만 입구가 좁아 전동휠체어는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내부 역시 휠체어를 돌릴 수 없을만큼 좁았다.

또 안내데스크 높이도 너무 높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했다.

맞은편에 설치된 키오스크 터치 화면도 너무 높아 휠체어 장애인은 손이 닿지 않아 이용이 불가능 했다.

배씨는 “3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고 해서 장애를 가진 이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달라진 광주예술의전당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번 리모델링은 광주시종합건설본부에서 설계를 맡아 기존 구조체를 건드리지 않고 대·소극장의 무대 객석과 장비, 기계 등을 위주로 개선한 것”이라며 “35년 전 예술의전당 건물이 지어질 당시 장애인 법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을 초래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부분적으로 장애인 편의를 위한 개·보수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