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 재워주실 수 있어요?”

한여름 바닷가 캠핑카에 쏟아지는 호우처럼 찾아든 여인 ‘영’. 그녀는 초점 없는 눈으로 해변의 피사체를 그러모으는 남자 ‘정후’에게 밀물처럼 다가온다. 여름 해일의 일렁임과 테트라포드에 부서지는 파도 부스러기, 그리고 아름다운 미장센까지.

이상준 감독의 영화 ‘너의 순간’이 오는 16일 광주극장에서 개봉한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범죄, 액션, SF 장르가 넘쳐났던 극장가에 오랜만에 로맨스물이 개봉해 눈길을 끈다.

작중 ‘정후’는 보헤미안처럼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포토그래퍼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사진찍는 일을 하는 그가 갖고있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사진은 역설적이게도 한 장뿐.

영화 ‘너의 순간’ 스틸샷

‘영’은 정후가 바닷가에서 문자 그대로 ‘막 찍은 여자’다. 그가 카메라로 등대와 절벽을 줌인 하다가 문득 돌아본 그녀가 렌즈 안에 들어온 것. 영은 처음에는 우연히 셔터박스 안으로, 비오던 밤에는 정후의 캠핑카 속으로 필연 스며드는데….

여주인공 영 역은 옥자연이 맡았다. 정후 역은 우지현 배우가 맡았으며 이상일, 정이헌, 김명선 배우 등이 출연한다.

러닝 타임 84분. 상영 일정은 광주극장 문의.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