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폭염에 채솟값 급등…자영업자도, 서민들도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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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폭염에 채솟값 급등…자영업자도, 서민들도 허리 휜다
1박스 1만8천원이던 상추 10만원 육박
고깃집 사장 한숨 절로 나와
적상추 도매가 한 달 새 125% 급등
대파·시금치·미나리 안 오른 게 없어
2023년 08월 02일(수) 17:50
/클립아트코리아
“아이고, 상춧값이 어찌고 이리 비싼가….”

지난 1일 저녁 광주시 동구 충장로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김모(66)씨는 손님 테이블에 상추와 고추 등이 담긴 쌈 채소 바구니를 가져다 놓으면서 푸념부터 쏟아냈다.

마치 손님에게 들으라는 듯 내뱉은 그의 한 마디에 식당에 앉아 있던 손님들도 흠칫 놀라는 분위기였다.

김씨는 “어제 상추 1박스(4㎏)를 9만8000원을 주고 샀다. 채소 바구니를 가져다줄 때마다 손이 떨릴 지경”이라며 “고깃집 기본 상차림인 쌈 채소를 차마 뺄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상에 올리고는 있지만 그럴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달 ‘극한호우’를 동반한 장마로 인해 농경지와 농업시설이 침수돼 상추 등 시설채소 가격이 급등 한데다, 폭염이 이어져 열기에 취약한 엽채류의 수급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장마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1박스에 1만8000원이던 상춧값은 매주 2만원씩 오르더니 지금은 10만원에 육박해 부담이 커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상추 뿐 만이 아니다. 김씨는 이날 대파 한 단을 6000원에 구매했는데, 한 달 전보다 50% 상당 올랐다. 그마저도 뿌리가 살짝 썩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상태였다.

치솟은 채소가격에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도 만만치 않다.

광주시 북구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 코너에서는 유모(여·36)씨가 상추 한 봉지를 들고 가격을 보더니 다시 내놓았다.

유씨는 “가족들과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했는데, 상추 한 봉지가 4000원이 넘는다”며 “요즘 채소 가격이 너무 올라 사 먹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씁쓸해했다.

채소를 파는 상인들 역시 상황이 어렵긴 매한가지다.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김모(여·76)씨는 “각종 채소를 비싸게 주고 사 왔다”며 “손님들이 너무 비싸다고 발길을 돌려 다 못 팔고 버리게 될까 염려스럽다”고 했다.

폭우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그야말로 ‘금값’이 됐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적상추 4㎏ 도매가격은 5만9080원으로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한 달 전 2만6160원에 비해 125%나 급증했다. 청상추도 같은 기간 2만4510원에서 5만5860원으로 127%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대파도 1㎏당 2522원으로 1달 전(2044원)보다 23% 올랐을 뿐만 아니라, 시금치(4㎏)와 미나리(7.5㎏) 가격도 2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일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냉해 피해로 재배면적이 줄어든 상황에서 폭우로 인해 낙과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관측 7월호 과일’ 보고서를 보면 백도(상품)의 도매가격은 전달보다 22% 증가한 2만∼2만4000원(4㎏) 선으로 예측했는데, 폭우 피해로 이달 가격은 이보다 더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남지역 복숭아 재배면적은 이번 비로 777㏊ 중 147㏊가 피해를 입었다. 전남도는 최초 피해 접수 후 농가단위로 피해규모를 살펴보고 있어 향후 그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36도를 웃도는 폭염에 휴가철, 추석 연휴까지 다가오면서 농산물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실장은 “채소류 가격이 높지만 다행히 이주에 들어서면서 한풀 꺾였다”면서 “하지만 과일의 경우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여름은 계절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높고 태풍으로 인한 가격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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