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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희망 사라진다”…오염수 걱정에 잠 못 드는 어민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남 수산물 안전한가
<상> 어민들 불안에 떤다
수산물 소비 감축 우려…민어 대신 우리 갯벌 사는 낙지로 어종 변경 고민
완도선 전복어민 파산·귀어 포기 속출…광주에선 소금 사재기 분위기도
2023년 05월 31일(수) 21:20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전국 수산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전남 어민들은 불안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든 오염수가 방류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수산물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어민들 사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일부 어민들은 그나마 방사능 오염에서 자유로운 어종으로 변경을 고민하고 있고, 전남 어촌에 귀어했던 사람 중 일부는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감축으로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귀어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남지역 어민들은 “어민 두명 이상이 모이면 오염수 방류 이야기만 할 만큼 걱정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부터 소비자들이 수산물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는데 실제 오염수가 방류되면 전남 어업은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남 어촌에서 생산한 수산물은 186만 5000t으로 전국 수산물 생산량 320만 1000t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어업 인구(3만 5000여명)도 전국 어업 인구(9만 3000여명)의 38%를 차지하고, 어선 수도 전국 42%를 차지할 정도다.

전남이 전국 최대 수산물 산지인 만큼, 오염수가 방류되면 어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석오송 영광군어촌계장협의회장은 “횟집을 찾는 손님들은 벌써부터 ‘일본 생선 아니냐’고 묻는다”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어려운 어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비참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어민들은 어종 변경까지 고민하고 있다.

영광에서 40여 년째 수산업을 하고 있는 영광군 월산어촌계장 강옥수(65)씨는 31일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바다를 돌아다니는 물고기 대신 우리 갯벌에만 사는 낙지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지난달 1000만원을 들여 낙지를 잡는 도구를 구입했다”고 했다.

강씨는 “원래 민어 등을 주로 잡았으나, 물고기가 일본 근처 바다도 다녀온다고 생각해 벌써부터 수산물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낙지잡이는 익숙하지 않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 그나마 방사능 걱정이 덜한 낙지잡이를 시작했다”고 어종 변경의 이유를 밝혔다.

전복에 대한 수요도 줄면서 완도에서는 파산하거나 귀어를 포기하는 귀어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천지형 완도군 금일읍 어촌계장은 “오염수 방류 우려로 전복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전복 가격이 반토막 나 사상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인건비도 나오지 않다보니, 전복 양식장을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파산하는 사람이 2~3명이나 나왔다”고 전했다.

9년전 귀어해 완도군 금일읍 도장리에서 전복, 미역 등을 키우는 한명근(45)씨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귀어민 3명이 차라리 직장생활을 하겠다며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며 “마을에서도 전복을 잡는 장비·배 등을 팔려는 사람만 있고, 사려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어민들만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광주에서도 오염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소금 사재기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바닷물을 오랫동안 가둬 생산하는 소금의 경우 방사능이 누적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맘카페에서는 “소금이 들어가는 김치, 젓갈, 간장, 된장까지 못 먹게 될 것 같다”, “제주갈치를 걱정없이 먹고 싶다” 등의 게시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카페 회원들은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시댁에서 소금을 한 트럭 사고, 보관할 항아리까지 구매했다”, “소금 40kg 사둘지 고민이다” 등 댓글을 달며 걱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