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표창 받은 고려인동포 귀화 불허…주민들 재심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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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표창 받은 고려인동포 귀화 불허…주민들 재심 청원
2010년 한국 온 전올가씨 ‘식품법 위반’ 기소유예 이력에 ‘불허’
카페 운영하며 수억 후원·전쟁난민 항공권 구입비 지원 등 선행
2023년 04월 16일(일) 21:20
10여 년 넘게 지역사회에서 선행을 베풀고 있는 고려인이 특별귀화를 신청했지만, 법무부가 ‘불허’ 결정을 내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기소유예 처벌 전력이 불허의 이유로 알려졌지만 고의가 아닌 업자에게 속았다는 점과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 점이 무시됐다는 점에서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이 재심 청구에 나섰다.

16일 광주시 광산구 월산동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고려인 전올가(여·37·사진)씨는 지난 13일 법무부로부터 ‘2022년 6월 15일에 신청한 귀화허가 신청이 불허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전씨는 지난 2010년 우즈베키스탄의 경제난과 고려인 차별을 피해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전씨 가족은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거주하며, 농촌과 플라스틱 공장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지난 2013년께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월곡동에 ‘리뾰쉬카’(우즈베키스탄 전통 빵) 음식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고려인마을 가족카페’를 열었다.

전씨는 입소문을 타고 카페에 손님들이 몰리며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자신을 받아준 지역사회에 고마움을 돌렸다. 고려인광주진료소 건립 등 고려인마을 발전을 위해 기부를 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려인들을 도운 것이다.

수술비가 없어 애태우는 동포들의 긴급 의료비, 생활비, 임대보증금 등 수억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2월에는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난민으로 전락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의 귀환을 위해 항공권 구입을 제안하며 수천만원을 선뜻 내놨다.

전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너무나 힘들어 매일 울면서 성공하면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기도한 것이 축복을 일으켰다”며 “당시 마음을 잊지 않고 고려인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고 당연한 듯 말했다.

정부는 전씨의 이러한 선행에 지난해 5월 국무총리 표창까지 수여했다. 이에 고려인마을은 수상을 근거로 전 광주시장과 마을 주민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 6월 특별귀화(공로가 있는 외국인 대상)를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의 결정은 ‘불허’였다.

지난 2020년 12월께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당시 광주시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운영하던 ‘고려인마을 가족카페’에서 정상적으로 제조되지 않은 통조림 등을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전씨는 “한 업자가 자신이 만든 소고기 통조림을 외국에서 수입했다고 속여 우리에게 팔았다”며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반품을 요구했지만, 이 업자는 대금 3000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도망갔다”고 말했다.

경찰이 해당 업자를 수사하며 전씨도 식품위생법 등 위반 혐의로 송치했는데, 광주지방검찰청이 지난 2020년 12월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은 정부가 기소유예 하나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고 수억 원을 기부한 사람의 귀화를 받아주지 않는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에 재심 청원을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성명서를 작성해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이미 국무총리 표창을 받을 때 범죄 이력 등을 조회하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텐데, 이제와서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려인마을에서 이처럼 입지전적인 인물도 귀화할 수 없다면 도대체 누가 귀화할 수 있나”고 되물었다.

한편, 현재 광주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 7000여 명 중 귀화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지금까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요건이 까다롭거나 시험이 너무 어려워 통과가 어렵다는 이유다. 이에 광주 고려인 대부분은 재외동포(F-4) 비자로 3년마다 한번씩 비자를 연장하고 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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