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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노트] ‘효’가 살아야 ‘나라’산다 - 이진택 동부취재본부 부국장
2023년 02월 06일(월) 18:45
“우리는 지리산의 높은 기상과 섬진강의 푸른 이상을 안고 조상 대대로 ‘충’과 ‘효’와 ‘열’을 숭상하며 아름다운 명승 고적과 찬란한 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이 고장에 산다.” 1982년 4월 20일 군민의 날에 제정 선포한 구례군민헌장 전문이다. 충·효·열이 군민의 ‘혼’임을 만방에 고했다.

BC 2333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조선(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은 ‘팔조교’를 통해 세 번째 조목에서 “사람이 부모를 바르게 모시는 것이 곧 하늘을 공경하게 대하는 것”이라며 효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다. 이스라엘 민족 지도자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받은 십계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 지켜야 할 첫 번째 계율로 “부모를 공경하라”했다. 석가모니 역시 ‘부모은중경’ 등 많은 경전을 통해 윤회와 연기에 의한 효를 설법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시대와 지역·종교를 초월해 부모에 대한 효도를 행하도록 가르치고 실천해 왔으며 지금도 백번 천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효의 사상은 가치와 이념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전통적 가치관의 변질로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2000년대 초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질서의 파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등 고령사회의 문제를 효행을 통해 해결해보자는 의견들이 종교·학계 등 각계각층에서 일어났다. 수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싱가포르의 효도법을 모델로 2007년 8월 3일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효행장려법’을 만들어 이듬해인 2008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일부 공무원들은 16년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제정 사실과 효행장려법 존재 여부를 모르고 있어 이 법의 목적과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전남도 역시 22개 시·군중 순천·나주·곡성·무안·진도·영광·함평 등 7개 시군과 도 본청만이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군민헌장에서 ‘효’를 군민의 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는 구례군의 경우 인근 시군인 순천, 곡성, 남원시 등이 조례를 만들어 정책을 펴고 있으나 그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각 자치단체는 인구 유입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고 힘써야 하겠지만 효행에 대한 장려와 지원이 인구 증가의 밑거름과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구례군 의회에서 효행 장려법 시행을 위한 조례 제정 검토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효’가 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li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