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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당 미디어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년 11월 30일(수) 00:45
지난 2017년 운영을 시작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미디어월’은 그동안 다목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ACC에서 제작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홍보 채널로서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연평균 720건(5100시간) 정도의 콘텐츠가 미디어월을 통해 전달된다. 영상에 익숙한 청년층과 Z세대에게 미디어월은 가장 자연스럽게 ACC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매개체이자 통로다.

미디어월은 ACC의 5개 원 가운데 하나인 민주평화교류원의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2.5시간, 콘텐츠로는 열 개가량의 5·18 관련 작품을 상영해 왔다. 하루 가동되는 14시간 중 약 18%를 할애한 셈이다.



상징성 갖춘 광주의 문화자산

그러나 여기에는 역설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5월 콘텐츠 홍보에 지대한 기여를 하면서도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의 후면을 가린다는 점이 그것이다. 항쟁의 흔적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미디어월로 인해 사장된다는 측면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검증되지 않은 탄흔의 정밀 조사와 보존 처리,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 이와 연계된 전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편으로 미디어월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가 보유한 중요한 문화자산이다. 광주는 2014년 국내 최초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됐으며 2019년 창의도시로 재지정 됐다. 창의도시를 구현하는 중요한 공간이자 미디어아트 발전과 홍보에 직간접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월의 핵심 역할로 전당의 랜드마크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전당의 다수의 건물은 건축 구조상 대부분 지하에 들어서 있다. 문화전당을 외부로 알리는 상징물로 미디어월만 한 건축물이 없다는 것은 ACC를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미디어월을 둘러싼 논의는 수차례 진행돼 왔다. 철거와 존치, 이전 등 다양한 해법이 논의됐지만 딱 부러지게 결정된 것은 없다. 명확한 것은 2019년 발표된 옛 도청 복원계획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미디어월 철거가 원칙이라는 점이다. 문화전당을 비롯해 추진단, 대책위, 복원협의회, 시민연대 등 각계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해 온 이상 조만간 결론이 날 것 같다.

옛 도청 복원 사업은 오는 2025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당초 2019년 착공해 올해 복원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증액 관련 타당성 재조사가 이뤄지면서 다소 지연됐다. 다행인 것은 예산 증액에 ‘미디어월 이전 설치 및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총 45억 원이 확정된 상태로 2017년 설치 당시의 43억 원(미디어월 26억 원, 철구조물 17억 원)보다 증액됐다. 타당성 재조사는 사실상 ‘이전 설치’를 전제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상황은 미디어월을 문화전당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쪽으로 의견이 점차 수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책위는 미디어월 철거가 복원사업 기본안에 포함돼 있기에 현재의 구조물은 철거하되 새로운 장소로 이전 설치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 지금보다는 업그레이드된 형태와 기능을 갖춘 구조물이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홍성칠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얼마 전 시민사회 집담회에서 “국립 문화기관의 위상에도 걸맞고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아트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전 재설치됐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화전당은 전당 내 다른 부지 설치, 현재 위치에서의 높이 조절 등 모든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가능하면 존치를 했으면 하는 의견이지만 현재 위치에서 높낮이나 디자인 등을 변경해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디어월로 인해 복원 공사가 지연되거나 지역사회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핵심적 기능 사장시켜선 안 돼

내년 3월 복원 공사가 시작되면 옛 도청 지하 3층에 있는 전기실이 철거된다. 자연히 미디어월로 통하는 전기가 차단되는 셈이다. 그러나 복원 공사 과정에서 철골구조의 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디어월의 최종 철거 시한은 2024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전당은 그때까지는 임시 운영실을 설치해 전당 내 전기를 끌어들여 지금의 미디어월을 계속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미디어월이 설치돼 새롭게 선보이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플랫폼의 역할과 5·18 콘텐츠를 상영하는 책무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구조물 존치든, 이전이든, 재설치든 미디어월을 둘러싼 해법은 조만간 결론이 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미디어월은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미디어월이 지닌 핵심적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사장시켜서는 안 될 것 같다. 복원의 가치와 방향성도 살리고 콘텐츠 상영과 전당의 랜드마크의 기능도 아우르는 솔로몬의 지혜가 도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