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살려달라” 아비규환에도 바로 옆 거리선 참사 사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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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목소리] “살려달라” 아비규환에도 바로 옆 거리선 참사 사실 몰라
떠밀리듯 걷다 인근 가게로 서둘러 이동해 화 피해
2022년 10월 30일(일) 20:00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길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의 뜻을 담은 꽃을 남겼다. /서울=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살려달라는 비명소리, 번쩍이는 소방차 경광등, 맥없이 축 처진 시신들이 계속 떠올라서 밤새 한 숨도 잘 수 없었어요.”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29일 서울로 향했던 광주·전남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참사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광양에 거주하고 있는 홍근호(24)씨는 이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으로 갔다가 참사 현장을 목격했다.

홍씨는 “밤 10시쯤 이태원에 갔는데, 사람이 발 디딜 틈 없이 많아 떠밀리듯 걸어다녔다”며 “답답한 마음에 인근의 다른 가게로 서둘러 이동해서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리로 나갔더니 사방에 경찰과 소방관이 몰려들어 있었고 파란 천에 덮인 시신들이 길가에 일렬로 널브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하면서 빨리 귀가하라고 했는데 버스와 지하철도 못 타게 막아버려서 한참을 걸어서 정신없이 거리를 빠져나왔다”고 회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 거주 A(30대)씨는 “매번 핼러윈 축제 기간이면 이태원을 찾아갔는데 이날은 유독 사람이 더 많고 질서가 없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A씨는 “골목으로 올라가진 않고 지하철역 인근에서 놀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사람들이 뒤엉켜 살려달라고 팔을 뻗고 있고 수십명이 도로에 쓰러진 채 CPR(심폐소생술)을 받고 있었다”고 했다. 또 “방송이나 뉴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들을 CPR하는 영상을 계속 틀어주니 끔찍했던 순간이 계속 떠올라서 TV도, 스마트폰도 켜기가 두렵다”며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린 것만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가 났던 골목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방통행이 이뤄졌던 것 같은데, 이날은 중심 골목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이태원역 출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뒤섞여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목포에 거주하는 정효빈(27)씨는 참사가 일어나기 직전 이태원역 인근에서 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다. 밤 10시 30분께 관람을 마치고 거리로 나왔을 때 정씨는 수십대의 소방차가 이태원역 방향으로 지나가는 걸 목격했다. 정씨는 “사람이 워낙에 많은데다 음악소리도 커서 그런지 참사 현장 바로 옆 거리에 있었는데도 사고 사실을 몰랐다”며 “안부를 묻는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고 뉴스를 보면서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는데 지금도 무섭고 떨린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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