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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행불자 유족들·기념재단 “부정할 수 없는 현실…진실 밝혀지고 있다”
진상 규명 박차…한사람도 빠짐없이 가족 품 돌아가길
2022년 09월 26일(월) 20:40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굴된 유골 한 구의 DNA 구조가 5·18당시 행불자와 동일한 것으로 밝혀져 암매장 조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20년 5·18진상조사위원회가 5·18 당시 사망자 등의 암매장지로 지목된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 <광주일보 자료 사진>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행방불명자 조사와 암매장 의혹의 진상 규명에 더욱 힘이 실리길 바랍니다.”

26일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행방불명자 유가족들은 옛 광주교도소터에서 발견된 유골 유전자(DNA) 정보가 한 행방불명자 가족과 일치한다는 조사 결과에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행불자 문미숙(당시 10세)양의 오빠인 성옥씨는 “당사자가 어떤 분이었던 간에, 40년 넘는 세월을 그리움과 후유증 속에 살아 온 가족들 마음은 똑같을 것”이라며 “암매장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 화도 나고, 옛날 고통이 다시 밀려오는 것 같다”고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문양은 전남도청 앞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학동삼거리에서 실종됐다. 문양의 마지막 목격자인 모친 또한 이듬해 5월29일 충격으로 세상을 등졌다.

성옥씨는 “암매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 만으로도 대단한 진전이다”며 “그간 암매장 사실은 뜬 소문마냥 실체가 없었는데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규명을 위해 암매장 유골의 진상 파악에 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도 시민·선배들과 함께 싸우겠다”며 21일 전남도청에 갔다가 행방불명된 김기운(송원고 2년·당시 18세)군의 작은아버지 형태씨도 “행방불명자 가족들의 아픔을 뼈저리게 잘 안다. 뒤늦게라도 진실이 밝혀지니 환영할 일이다”며 반겼다.

김군은 21년 동안 행방불명된 상태였으나 지난 2001년 10월 광주시립묘지에 묻힌 시신이 유전자 감식을 통해 밝혀지면서 가족 품에 돌아왔다.

형태씨는 “암매장 된 사람들 중에는 행불자 인정조차 못 받은 사람도 많다”며 “오랜 시간 끝에 기운이의 시신을 되찾을 수 있었듯이, 억울하게 암매장 된 사람들도 한 사람 빠짐없이 진상이 밝혀져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1980년 5월 19일 아침밥을 먹고 나간 뒤 종적을 감춘 정복남(당시 30세)씨의 형 옥남씨도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정체도 밝혀지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안타깝다”며 “암매장지 시신 확인이 빨리 진행돼야 하는데 애 타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도 매장 의혹은 증언, 목격담, 군 기록을 바탕으로 꾸준히 제기됐으나 신원이 확인된 것은 42년만에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행불자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행방불명자와 암매장 의혹의 연결고리가 사실로 확인된 만큼 5·18진상조사위는 그동안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신고자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유전자 확보를 통해 진상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시민 학살을 은폐했던 과거에 책임을 지고 행방불명자의 명예 회복과 미진한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