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백설이 시인 유고시집 ‘캣스크래치’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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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출신 백설이 시인 유고시집 ‘캣스크래치’ 나와
‘스크래치’로 가득한 세계 부정형 언어로 그려내다
2022년 08월 23일(화) 20:10
여기 한 시인이 있다. 백설이 시인.광주 유덕초와 유덕중을 졸업했다. 이후 고양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전남여상 디지털디자인과를 졸업했다.

2015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극작과에 입학해 매거진 ‘K-Arts’, 한예종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빼어난 문학적 기량과 열정을 겸비해 장래가 촉망된 시인이었다. 그의 문재(文才)는 유덕중 2~3학년 때 광주시 예술영재교육원 문예창작전공 1, 2기를 수료했을 만큼 이미 알려져 있었다. 고교 재학 당시에는 이미 문체부 장관상 두 차례, 환경부 장관상 한 차례를 포함해 총 74개 문예창작 대회에서 입상했다.

그러나 그는 재능의 꽃을 더 활작 피워내지 못하고 지난해 4월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에 백설이 유고 시집 ‘캣스크래치’(문학들)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 제목이 말해주듯 작품집은 ‘스크래치’로 가득한 세계를 상정한다. 계획하거나 정련할 수 없는 세계와 존재의 불협화음을 스크래치하듯 시인은 부정형의 언어로 그려낸다.

안희연 시인은 그의 시집을 일컬어 “김언희, 실비아 플라스, 앤 색스턴 같은 이름들 가에 나란히 놓아도 부족함 없을 만큼 당당하고 파워풀한 시집”이라고 평했으며 이영주 시인은 “나는 이제 ‘백설이라는 시’의 새로운 장르를 얻게 되었다”고 상찬했다.

무엇보다 백설이 시인은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가 꿈 꿀 수 있는 형상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는다. 다음의 시에서 시인은 스스로 어떤 대상과 타협하지 않고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너는 수억 개의 얼굴을 가질 것이며/ 이윽고 기형적인 빛을 쏟는 태양이 될 것이다”, “무엇도 넣지 못하는 구멍으로 무엇이든 쏟아낼 수 있다”(‘돌아온 몬탁 괴물’)

모두 3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유작에서 뽑은 45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인의 비극적 인식이 드러난 ‘부목 채집’, ‘고양이와 사람에 관하여’ 외에도 ‘투입구에 사물을 넣지 마십시오’, ‘모자를 찾아서’ 등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노래한 시편들이 그것이다.

그의 시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문학에 잔잔한 ‘충격파’를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안타깝게도 멈춰 버렸다. 다만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은 자신의 에세이 ‘풀려나는 존재, 운동하는 가능성-시와 리듬’에서 엿볼 수 있을 뿐이다.

“굳건하게 맺힌 걸쇠에서 존재를 풀어주는 일, 그런 일을 누가 하는가? 바로 시인이다.(중략) 풀려난 존재는 어디로든 튀어나갈 힘을 지니고 있다. 마구마구 튀어오르고 뻗어나간다.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 속에서 존재가 가진 ‘리듬’이 발견된다. 내가 되고 싶은 시인은 이 불가능한 리듬을 가능하게 하는 자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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