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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김주형-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2022년 08월 12일(금) 01:00
스포츠면을 편집하면서 ‘인비 슬램’이라는 제목을 쓴 적이 있다. 2013년 박인비가 LPGA 3개 메이저 대회(크래프트 나비스코, LPGA 챔피언십, US 여자오픈)를 우승하고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했을 때다. ‘캘린더 그랜드 슬램’으로까지 주목을 받은 경기에서 박인비는 부담감 때문인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2년 뒤 마침내 우승컵을 들었고, 2016년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해 ‘골든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랜드 슬램’은 테니스나 골프에서 역사 깊은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할 때 이를 기리는 표현이다. 타이거 우즈가 2000년 브리티시 오픈, US 오픈, PGA 챔피언십의 3개 대회를 우승한 뒤 한 해를 넘겨 마스터스까지 우승하자 AP통신 기자가 ‘타이거 슬램’이라는 멋진 제목을 붙였다. 우즈는 이후 PGA 투어 대회에서 82승(메이저 15승)을 올려 미국과 특정 계층에게만 인기 있던 골프를 전 세계, 전 세대가 좋아하는 스포츠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타이거 우즈의 활약은 많은 골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일 PGA 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김주형도 그 중 한 명이다. 일곱 살 나이에 호주 멜버른에서 우즈를 처음 만나 골퍼의 꿈을 키우고, 오직 우즈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2020년 PGA챔피언십에 첫 출전했을 땐 우즈와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2년 만에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나이는 만 20세 1개월. 우즈의 첫 우승보다 8개월이 빨랐다.

김주형은 1라운드 1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일명 양파)를 하고도 포기하지 않는 침착한 플레이로 결국 5타 차 역전 우승이라는 뚝심을 발휘했다. PGA 투어 사상 첫 2000년대 생 우승자가 탄생하자 “Z세대가 상륙했다. 프레즈던츠컵에서 20년 간 활약할 선수다”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김주형은 오늘 플레이오프 첫 대회인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이제 스무 살이고 시간도 충분하다. 우즈와 박인비처럼 눈부신 활약으로 ‘타이거 슬램’과 ‘인비 슬램’에 이어 ‘주형 슬램’이라는 제목을 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