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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반응-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06월 29일(수) 01:00
‘생활 반응’은 법의학적 용어로, 인간이 살아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을 말한다. 시신이 발견됐을 경우 상해가 있다면 생전에 생긴 것인지 사후에 발생한 것인지를 판정하는 데 활용한다.

1989년 5월 10일 광주시 북구 청옥동 제4 수원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조선대생 이철규 사건도 결국 생활 반응으로 진실이 드러났다. 당시 재야단체는 이 씨의 사체에 수갑을 채운 흔적이 있다며 수사 당국에 의해 연행된 후 피살됐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사체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됐다는 국과수의 의견을 근거로 단순 익사로 처리했다.

진실은 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로 밝혀졌는데 생활 반응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위원회의 요청으로 감정을 맡은 일본 법의학자 카미야마 자타로 교수는 손목 부위에 압박이나 찰과로 보이는 상처가 있고 종아리와 옆구리에 광범위한 근육 출혈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구타에 의해 큰 상처를 입은 후 저수지에 버려진 것으로 판단했다.

실종이나 잠적으로 행적이 묘연할 때도 생활 반응이 결정적인 추적 단서를 제공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을 잡는 데도 활용됐다. 경찰은 유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성과를 올리지 못하다가 유씨 도피 조력자의 생활 반응을 추적해 3개월만에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은 조력자 중 한 명을 은밀하게 조사하던 중 그가 사는 주소지(아파트)와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오피스텔)가 다른 점에 주목했다. 조력자가 살지도 않는 오피스텔에서 지속적으로 전기와 수도가 사용되는 것을 이상히 여겨 오피스텔을 급습했고 그곳에서 유씨를 검거한 것이다.

실종된 광주 조유나 양 가족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 지난달 31일 완도 신지도에서 가족의 휴대전화가 꺼진 이후 생활 반응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생활 반응에는 카드 사용이나 금융 거래 내역, 인터넷 접속 기록, 물품 구매 정황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경찰이 영장 청구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가족 모두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