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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세계적 콩쿠르와 음악회를-임철순 데일리임팩트 주필
2022년 06월 27일(월) 22:00
불과 열여덟 살인 임윤찬이 지난 20일 미국의 밴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거둔 역대 최연소 우승은 한국인의 천재성을 전 세계에 다시 알린 쾌거였다. 전 대회인 2017년에도 선우예권이 우승했으니 한국인이 2연패(連覇)를 한 셈이다. ‘10년 주기 피아노 천재설’이 있다는데, 1984년생 임동혁, 1994년생 조성진에 이어 2004년생 임윤찬이 그 계보를 이었다. 임동혁은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 임동민과 함께 공동 3위를 했고, 조성진은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젊은 음악인들의 입상 사례는 일일이 거론하기에 벅차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경우 1990년 바리톤 최현수가 성악 부문 1등을 했다. 2011년엔 남자는 베이스 박종민, 여자는 소프라노 서선영이 나란히 우승했고, 손열음이 피아노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3일 영국 카디프 콩쿠르에서 바리톤 김기훈이 우승하더니 다음 날 이탈리아 부조니 피아노 콩쿠르에서 박재홍 김도현이 1·2위를 했다. 부조니 콩쿠르의 경우 1969년 백건우(격려상에 해당하는 메달 수상) 이후 서혜경과 이윤수가 1위 없는 2위, 손민수 조혜정 임동민 김혜진 원재연 등이 우승하거나 2~3위에 올랐다.

올해에는 5월 29일 양인모가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핀란드 헬싱키)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어 6월 4일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 브뤼셀)에서 첼리스트 최하영이 1위에 뽑혔다.

국제 콩쿠르 우승 제1호는 1965년 레벤트리트 콩쿠르(1941~1981년 운영)의 피아니스트 한동일(81)이다. 2년 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우승했다. 언니에 이어 정명화가 1971년 제네바 콩쿠르 첼로 1위, 남동생 정명훈이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 없는 2위를 하는 등 정 트리오는 세계적 음악 가족으로 유명해졌다. 또 1976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등 입상자가 수없이 많다.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는 세계적 소프라노다.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 우승자 김선욱, 2015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 문지영은 임윤찬처럼 유학 경험이 없는 피아니스트다.

이제 한국은 BTS로 대표되는 대중 음악은 물론 클래식계에서도 세계적 강국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지난해 12월 18일 한국 문화예술의 발전에 주목해 ‘초강대국 남한’(Supermacht Sudkorea)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공영 라디오 도이칠란트풍크는 지난해 9월 한국 참가자가 연단에 오르지 않는 국제 콩쿠르는 이제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한국인 음악가들의 성장 원동력으로 사회 전반의 충분한 투자, 자녀 교육에 전력을 기울이는 부모들의 열정을 언급했다.

이런 성취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겠지만,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세계적 콩쿠르를 만드는 것이다. 코리아 콩쿠르가 됐든 ‘선구자’ 한동일의 이름을 딴 콩쿠르가 됐든 멋진 대회를 열자. 부조니 콩쿠르를 주최하는 페루초 부조니·구스타브 말러 재단이 한동일 백건우 진은숙 김대진 이미주 손열음 손민수 등을 계속 심사위원으로 위촉할 만큼 한국 음악가들의 심사 역량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또 하나는 명품 음악회를 만드는 것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세계는 빈 필하모니의 신년 음악회에 갈채를 보낸다. 1939년 송년 음악회(12월 31일)로 시작한 이 공연은 1941년부터 매년 1월 1일 열려 세계적 명품이 됐다. 우리도 자랑스러운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무대를 만들자. 빈처럼 신년 공연이 좋겠지만 송년 음악회를 해도 의미가 크다.

다만 이런 기획은 어디까지나 민간 주도로 추진돼야 하며 정부는 역대 정부가 늘 약속만 해 온 다짐,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때의 예술의전당 신년 음악회처럼 ‘국가의 풍악 행사’가 되면 안 된다. 공연 장소로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개방된 청와대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여러 가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