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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선거-권순긍 세명대 명예교수, 전 한국고전문학회 회장
2022년 06월 14일(화) 00:30
대선이 끝나고 TV를 아예 보지 않다가 지난달 22일 밤 12시 졸린 눈을 비비며 영국 프리미엄리그(EPL) 마지막 라운드 토트넘의 경기를 보았다. ‘한국의 희망’ 손흥민이 모하메드 살라를 넘어서 과연 득점왕에 오를 수 있느냐와 토트넘이 경기에 이겨 4위로 유럽 축구 최상위 팀들이 겨루는 챔피언스리그에 갈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토트넘의 상대인 노리치가 최하위로 이미 강등이 결정된 팀이었기에 승패보다도 손흥민이 몇 골을 넣을 지에 더 관심이 갔다. 예상대로 전반에 두 골 차로 팀이 이기자 선수들은 집중적으로 손흥민에게 볼을 패스했지만, 두 번이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심지어 클루세프스키는 텅 빈 골대를 향해 슛을 쏘려다가 손흥민을 보는 순간 패스하느라 다리가 꼬여 넘어지기도 했다. 그냥 찼으면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럼에도 후반에 손흥민을 향한 볼 배달은 계속됐고 결국 두 골을 넣어 통산 23골로 살라와 프리미엄리그 공동 득점왕에 오를 수 있었다. ‘원팀’을 이룬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가 해피엔딩!

야구가 타율과 방어율을 중시하는 이성적인 경기라면, 축구는 선수들의 몸과 몸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감성적인 경기다. 골잡이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를 받쳐줄 선수가 있어야 한다. 프리미엄리그에서 그렇게 잘 하는 손흥민이 왜 대표팀에서는 맥을 못 출까? 케인처럼 받쳐줄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점에서 축구는 팀의 조직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11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원팀’이 강조되는 이유가 그래서이다.

선거도 축구와 다르지 않다.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골잡이를 도와 승리를 쟁취하듯이 후보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팀워크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자칫 잘못 하다가 공을 뺏기면 여지없이 역습을 당한다. 그런데 3월 대선과 최근에 있었던 지방선거는 어땠는가? 176석의 국회의원과 경상도 및 강남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를 장악한 여당은 ‘원팀’은커녕 경선 과정의 갈등이 그대로 노출되어 대선에서 역대 최소인 0.7%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지고 말았다. 지방선거에서도 대선의 기세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5 대 12로 참패를 당했다. 그나마 경기도에서 선전한 것이 위안이 되었다. 심지어 ‘5·18 망언’을 했던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는 일도 있었다. 입으로는 ‘원팀’을 강조했지만 후보들 저마다 자신만이 골을 넣을 수 있다고 다투었던 셈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경구(警句)를 확인시켜 준 꼴이다.

지역간·세대간 지지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19대 대선에서 25 대 0 이었던 서울의 구청별 지지가 이번 대선에서는 11 대 14로 역전되었다. 이어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0 대 25로 더 처참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나고 그 결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지만 분명한 사실은 ‘바람’이 야당 쪽으로 불었다는 점이다. 선거는 논리가 아니라 감성인데, 그 바람은 정치적 ‘프레임’(frame)을 선점한 데서 시작됐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선제골을 넣어 승기를 잡았던 셈이다. ‘틀’이라는 의미의 프레임은 ‘정치적·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로 흔히 얘기된다. 이미 만들어진 틀 속에 사건을 넣고 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온갖 조작과 선동이 이루어짐은 당연하다.

대선 당시 이른바 ‘대장동’ 프레임은 모든 이슈를 무력화시켰던 블랙홀이었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대장동’은 부동산 문제로 이슈를 확산시키면서 전국의 부동산이 들썩이는 것을 여당의 실정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게다가 재개발로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표심을 유혹했다. 이 프레임을 선점, 확산시킴으로써 결국 야당은 대선뿐만 아니라 지선에서도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대선 당시 서울의 구청별 야당 후보 지지율 순위가 강남·서초·송파·용산·성동 순으로 아파트 평균 시세 순위와 일치하는 놀라운 현상을 보이기도 했겠는가!

축구는 몸과 몸을 부딪치며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승리를 거들 수 있다. 그래서 축구를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죽고 사는 전쟁처럼 조작도 선동도 없는 땀내 나는 야성(野性)의 진정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는 어떤가? ‘프레임 전쟁’으로 온갖 비방과 선동이 난무하고 프레임을 선점, 확산시키기 위한 여론 조작과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승패는 유권자들에 의해 판가름 난다. 해서 진실을 왜곡하는 프레임 조작에 과감히 ‘레드카드’(퇴장)를 꺼낼 수 있는 올바른 판단이 중요하다. 그것이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고 바로 세우는 분명한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