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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의료 셰이머스 오마호니 지음, 권호장 옮김
2022년 06월 11일(토) 09:00
현대 의료에는 재미있는 역설 하나가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인간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의학 때문이 아니라 영양과 위생의 개선 덕분이고, 의학이 중요해진 것은 그 만큼 질병을 겪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학이 인간수명 연장에 기여한 바는 없으나, 수명이 늘어난 덕분에 그 기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넘어 꽤나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로 아일랜드 코크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 중인 셰이머스 오마호니가 수십 년 간의 임상경험에서 느낀 현대 의료의 문제들을 낱낱이 고발하는 책 ‘병든 의료’를 펴냈다.

영국과 아일랜드 의료계에서 존경받는 의사로 ‘요즘 우리가 죽는 방식’이라는 책으로 ‘올해의 의학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한 저자는 소비자주의와 전문가적 이익에 함몰된 현대 의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공공의료 회복에 관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책은 의료가 우리 일상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지금, 현대 의료의 거짓을 폭로하고 그 이면을 이해하게 해준다. 저자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는 데만 몰두한 의료계, 예방을 명목으로 의미 없는 약물을 강요하는 의산 복합체, 치료와는 관계없이 연구 실적만 중시하는 과학주의 그리고 환자의 권리를 내세워 의료라는 공공재를 소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소비주의야말로 치료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의사와 병원, 제약회사의 카르텔, 특정 질병을 정복하겠다는 의사들의 헛된 공명심, 연구비와 승진을 위한 연구활동, 무의미한 신약을 끊임없이 출시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제약산업, 가짜 건강정보로 소비를 자극하는 건강식품 등 오마호니는 현대 의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차근차근 진단한다. <사월의책·1만8000원>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