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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06월 07일(화) 23:00
패배는 언제나 쓰라리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흠결도 패배했을 때는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잠재돼 있던 불만이 한꺼번에 솟구친다.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한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늘 아픈 것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딱 그런 상황이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석패했고 3개월만에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선 참패했다. 10년 주기의 진보·보수 정권 교체 흐름 속에서 5년만에 보수에 정권을 내줬다. 그랬다. 도저히 질수 없는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지방선거 패배도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 호남과 제주, 경기에서 간신히 이겨 수치상으론 12대 5지만 속내를 보면 참패나 마찬가지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을 보자. 광주에선 시장과 5개 구청장을 싹쓸이 했지만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저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남의 일처럼 “광주시민들이 민주당을 탄했했다”고 했다. 무책임한 말이지만 동의할 수 밖에 없다. 3·9 대선에서 광주시민들은 81.5%라는 전국 최고 투표율로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는데, 불과 3개월만에 투표율이 43.8%포인트나 낮아졌으니 말이다.

선거 연패에도 네 탓 공방

전남은 어떤가. 22개 시군에서 3분의 1에 가까운 일곱 곳을 무소속에게 내줬다. 유권자 3만~4만 명인 군 단위라면 혹여 조직력으로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가 10만 명이 넘는 목포·순천·광양 세 개 시에서 무소속에게 패했다는 것은 불공정 공천 등 민주당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잇따라 패했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계파별로 ‘네 탓’ 공방만 무성하다. 반성은커녕 벌써부터 8월 당권 경쟁에 시선이 가 있는 듯 하다. 이런 행태를 보면 민주당의 추락은 아직 바닥과 먼 것 같다.

반전은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돼야 한다. 두 번의 선거에서 패한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냉정하게 패인을 찾아보자. 크게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불통, 무능, 오만, 책임 정치 실종이 그것이다.

170석 이상을 가진 거대 여당이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민주당 내부의 소통이 문제였다. 강성 지지층 주장에 이견을 내면 적을 도려내는 식으로 입에 재갈을 물리고 ‘수박’(민주당인 척하는 보수 인사)이라고 폄훼하다 보니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

어설픈 정책에 오만하기까지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무능함을 드러냈다. 부동산을 잘 모르면서 진영 논리만 작동했고 정작 국민이 원하는 정책에는 무기력했다. 성폭력 사건 뒤 치른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는 당헌까지 고쳐 후보를 내 신뢰를 잃는 바람에 민심 이반을 불렀다.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없이 당 지도부가 곧바로 선거 후보로 나선 것은 책임 정치 실종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을 보선에 나선 것도 명분이 없었다.

팬덤 정치부터 벗어나야

패인을 분석해 보면 ‘친명’ ‘친문’이 모두 원인 제공자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심화된 ‘팬덤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수박’이니 ‘똥파리’(친 문재인이면서 반 이재명인 사람)라는 은어로 대표되는 민주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가는 팬덤 정치가 민주당을 좁은 울타리에 가뒀고 결과적으로 중도층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인 권리당원의 반영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경선 룰을 변경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심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추락하는 민주당에게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은 짧게는 두 달 남짓, 길게는 2024년 총선까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광주 유권자들을 대선 때처럼 전국 최고 투표율로 이끄는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에게 있다. 한데 그럴 수 있을지 지금 봐선 회의적이다. 처절하게 깨지고 반성하며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