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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키오스크 주문 ‘스트레스’
무인화 추세에 식당·카페 등 도입 급증…
사용법 제대로 몰라 당황
광주 고령자 10명 중 6명 “불편”
창피하다가 화나고 서글픔까지
기계주문 식당 아예 안가기도
노인 디지털배움터 교육 확대해야
2022년 05월 26일(목) 21:05
25일 광주시 서구 풍암동의 한 카페에서 이용객들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제대로 몰라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70대 남성 김모씨는 최근 초등학생 손자를 데리고 광주 충장로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가 진땀을 뺐다. 기계 장치로 된 주문기기 사용법을 몰라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다른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주문에 성공한 것이다.

김씨는 “코로나 거리두기가 풀려 오랜만에 광주 사는 아들 집 왔다가 손주 옷도 사줄 겸 시내 구경 왔는데 가는 상점마다 기계로 주문을 받더라. 노인들은 맘 놓고 아이스크림 하나 밥 한 끼 사 먹기 힘든 세상이 됐다”며 “처음엔 당황스럽고 창피하다가 이내 화가 나더니 이제는 서글프기도 하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 걱정에 2년 가까이 바깥 출입을 삼가던 노인들이 최근 눈에 띄게 외출을 늘리며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노인들의 분노 게이지를 끌어 올리는 주범은 키오스크(kiosk). 터치스크린 형태의 무인주문 기기로 대당 가격은 수백만원에 이르지만, 상점들은 인건비를 줄이려고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매출 감소 국면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한 식당과 카페가 크게 늘어났다. 초창기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 일부에서만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받았지만, 이제는 설렁탕집과 동네 카페, 삼겹살집 등 웬만한 상점들이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다.

청장년들은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60세 이상 고령자들은 키오스크를 가리켜 “공포이자 스트레스”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키오스크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2020년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를 받아 발표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에서 광주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6명(59.9%)은 식당 기계 주문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조사에는 광주지역의 경우 고령자 200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식당 기계 주문 불편함 정도’를 묻는 질문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불편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5.5%, 11.0%에 그쳤다. 나머지 83.5%는 보통이다, 불편하다, 매우 불편하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광주 고령자들의 식당 기계 주문 경험자 비율이 83.1%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최고치(평균은 58.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광주 고령자들의 키오스크 스트레스는 일상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키오스크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노인들의 방식은 여러 가지다.

일부는 “어차피 배워야 할 일”이라며 자녀에게 사용법을 배우고, 또 일부는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이와 동반해 키오스크 설치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다른 노인들은 ‘사람이 주문받는 식당만 가는’ 부류다. 식당에 가서 사람이 주문 안 받고 기계가 받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버린다는 것이다.

광주시 등 행정당국은 노인들의 어려움을 알고 키오스크 주문법 등 디지털 배움터 강좌를 열고 있지만, 홍보 부족으로 노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광주디지털배움터(북구 호동로 6-6, 062-224-0096),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 스마트 배움터(동구 천변좌로 656, 062-234-4563) 등에선 키오스크 기계 활용법 교육이 진행 중이지만, 대다수 노인은 이러한 정보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디지털배움터 관계자는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 사용에 있어서 정보 격차는 고령화사회에서 갈수록 심해질 수 밖에 없다”며 “유관기관은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을 강화하고 고령자분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