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광주 ‘심야 택시잡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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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광주 ‘심야 택시잡기 전쟁’
심야택시 왜 안잡히나 봤더니
수입 줄어든 택시기사 대거 떠나
배달·대리운전으로 1000명 전직
택시부제에 매일 500대 묶이고
상당수 고령화에 야간 운행 기피
거리두기 해제 후 귀가 발동동
하반기 기본요금 인상 가능성도
2022년 05월 24일(화) 20:35
택시운전원 모집 현수막 내건 광주 법인택시 회사.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회식을 마치고 밤길을 걸어 퇴근했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다. 광주 충장로에서 밤 11시 동료들과 헤어진 그는 진월동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려 해봤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카카오택시에 콜을 넣어봤지만, 배차는 되지 않았다. 김씨는 “택시 대란은 서울 얘기로만 생각했는데 광주도 심각한 것 같다. 집까지 걷는 1시간 30분 동안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지나가는 빈 택시는 아예 없었고 ‘카카오T’ 앱에 여러차례 접속해도 카카오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광주 밤길을 걸어서 퇴근하는 시민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밤 시간대 택시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택시 대란은 서울 등 수도권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광주에서 택시 잡는 게 대체 왜 이렇게 힘드냐”며 불만섞인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24일 광주시와 광주 76개 법인택시회사가 가입된 ‘광주시택시운송사업조합’ 측 설명을 들어보면 밤에 택시 잡기가 힘든 이유는 복합적이다. 택시기사 구인난(기사 부족)과 운전기사 고령화 및 근무 패턴 변화 그리고 택시 신차 출고 지연 등이 꼽힌다.

일단 법인택시(회사택시) 기사가 크게 줄어든 것이 심야 택시 부족 사태의 첫 요인이다.

지난 2년간 식당 등 영업시간과 모임 인원이 제한되면서 일감과 수입이 줄어들자 택시기사들이 대거 떠났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수요가 폭발한 업종인 택배기사, 음식 등 배달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으로 전직한 택시기사가 광주에서만 1000여명에 이른다는 게 법인택시조합 측 자체 집계결과다. 코로나 유행 이전인 지난 2019년 광주 법인택시 기사는 4000명을 웃돌았는데 최근 조사 결과 2600명 수준이라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여기에 택시부제 운영으로 매일 차량 500대가량이 묶이면서 실제 매일 운행되는 법인택시는 면허 대수 3367대보다 크게 적은 200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합은 파악하고 있다.

24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광주공항 택시 정류장에 개인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우석원 광주택시운송조합 교육훈련부장은 “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택시회사마다 회사 차고지 등에 기사님 모집 현수막을 내걸고 택시 내부에도 모집 광고를 싣고 있지만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택배와 대리운전기사를 하는 게 당장은 수입이 낫고, 전업하느라 화물차, 오토바이 등을 산 사람들도 있어 구인난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기사들의 고령화와 근무 패턴 변화도 심야 택시 부족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젊은 사람들이 대거 새 일자리로 옮겨간 데다 법인택시, 개인택시 가릴 것 없이 고령화가 진행돼 밤 근무를 선호하는 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운전기사가 부족하다 보니 코로나 이전처럼 택시 1대를 2명의 운전기사가 교대로 종일 근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원하는 시간 근무만 하면 되는 구조라서 야간 운행 택시가 적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년간 손님이 끊기는 밤 10시 이전에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습관이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자리 잡다 보니, 야간 운행에 나서려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게 택시업계 설명이다.

최용석 동양택시 영업부장은 “기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운전기사님들의 연령도 60대 이상 고령자가 많아 밤 근무를 기피한다”며 “밤에는 대부분 술드시고 타는 손님들인데 연세 지긋한 기사님들은 폭언·폭행 등 봉변 위험까지 감수하며 밤에 운전대를 잡으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법에서 정한 차령(대부분 6년)이 지나 신차 구매를 해야 하는데 주문 후 1년은 대기해야 신차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택시 및 완성차업계 설명이다.

광주시는 심야 택시 부족 사태를 일단 일시적 현상으로 보면서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고객 수요 증가와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 타개책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택시업계는 2019년 3300원으로 인상된 택시 기본요금을 4600원으로 인상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요금변경신고서’를 지난해 말 광주시에 제출했고, 광주시는 이 요구가 타당한지 검증하는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7월 말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인상 수준 등 광주시 방침을 정한 뒤 시의회 의견 청취, 택시 정책위원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9월께 택시요금 인상이 현실화할 것으로 택시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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