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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과 오월 광주-김미은 편집부국장 겸 문화부장
2022년 05월 19일(목) 02:00
5월 17일은 ‘강아지똥’ 권정생 작가의 15주기였다. 그의 대표작 ‘몽실 언니’ 삽화를 그렸던 판화가 이철수 작가는 추도식에 다녀온 후 그를 기억하는 작품 한 점을 SNS에 올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권 선생을 생각했다는 그는 “힘 없는 사람이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세상이 여전하다”며 “선생의 선한 눈망울에 그렁그렁하던 눈물도 기억한다”고 썼다.

글과 함께 실린 단발머리 몽실 언니 얼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 그 ‘그렁그렁한’ 눈물을 나도 곁에서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기사를 쓰며 몇 차례나 읽은, 그의 편지가 떠올라서다.

평생 아픈 몸으로 살았던 권 작가는 여덟 평 흙집에서 살며 아이들을 위한 글을 썼고, 자신의 인세는 어린이들에게 되돌려 주는 게 마땅하다는 유언과 함께 10억 원을 기부했다. 전 세계 어린이가 행복하길 소원했던 그였기에 5·18이 일어나고 8년이 지난 어느 날, 신문에서 ‘아빠 영정 사진을 든 다섯 살 아이’ 사진을 보았을 때 가슴이 무너지고,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을 터다.

그는 사진의 주인공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 긴 편지를 써내려 갔다. “넌달래꽃을 꺾어 너를 달래지 못한 바보 같은 동무”가 “아버지의 영정을 보듬고 앉은 너의 착한 눈을 보며 가슴 안이 따갑도록 억울했고, 늦었지만 넌날래꽃 한 다발 꺾어 가슴에 안겨 준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광주에 아름답고도 슬픈 그림책 한 권이 ‘선물처럼’ 당도했다. 고정순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봄꽃: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길벗어린이)다. 책에는 그림책의 출발이 된 권 작가의 육필 편지 ‘전문’도 실렸다. 책 속 아이는 얼른 쑥쑥 자라 아빠를 업어 주고 싶고, 아빠가 좋아하는 꽃을 제일 먼저 찾아 주고 싶어 한다.

편지는 지금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어른 조천호에게 전해졌고, “아이들에게 나를 대신해 그날의 이야기를 해 주는 책을 만들어 달라”는 그의 말과 함께 책이 완성됐다.

그림책 뒷면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다. “미안해, 어른들이 바보 같아서 미안해….” 어쩌면 권 작가가 ‘천호 군’에게 보낸 편지는 모든 어른들에게 보내는 편지일지도 모른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