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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사회복지, ‘ESG’로 통하다-주경님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본부장
2022년 04월 28일(목) 02:30
최근 사회복지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기업 평가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ESG’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투자자 관점에서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통해 협치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문 지면에서 ‘ESG’를 처음 접했을 때는 UN과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유엔 새천년 개발 목표’(MDGs)나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 등의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가볍게 치부해 조만간 사그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자되는 횟수가 많아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각도로 해석하고 업종에 맞게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사회복지에서는 특히 ‘나눔 문화’ ‘사회 공헌’ 개념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2021년 ‘ESG로 가는 길’(Way to ESG)이라는 부제의 사회공헌 백서를 발간했고, 서울시복지재단도 제10회 사회공헌 시상식과 더불어 ‘사회복지에 ESG를 더하다’라는 주제로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투자 및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ESG 경영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국제적 평가 기준이 적용되는 큰 변화이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SK, 한화 등 대기업들은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환경,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협치)라는 말은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친숙한 느낌마저 든다. 사회복지에서는 그동안 ‘환경 속의 인간’, ‘생태 체계적 관점’ 등의 용어처럼 개인을 둘러싼 환경까지 고려해 비영리 조직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책무성을 중요하게 다뤄 왔다. 거버넌스 또한 이를 통해 기관, 지역단체, 지자체와 협력하며 사회복지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조해 왔다. 특히 광주광역시는 ‘복지 협치’ 조례를 만들고 민·관·정이 함께 지역사회 문제를 의제로 선정해 논의해 오고 있다.

사회복지의 국제적 흐름 또한 마찬가지이다. MDGs나 SDGs를 살펴보면 가장 핵심은 바로 포용 사회(Inclusion), 즉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이며, 협력을 통해 ‘번영이 지속 가능한’ 지구촌 만들기이다. 기업의 ESG로의 변화의 핵심도 들여다보면 역시 ‘포용 사회’와 ‘지속 가능 발전 목표’에 있다.

그렇다면 ‘ESG’ 경영 가치야말로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를 허물고, 지구촌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영리’ 사회복지기관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광주 최대의 노인 여가 복지시설인 ‘빛고을 노인건강타운’도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에 발맞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로 임시 휴관 중이던 지난해 산림청 ‘실내 숲 조성 사업’에 선정돼 10억 원의 예산으로 자연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고, 자원 순환을 위한 에코바이크 사업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주 숲체원과 협약을 맺어 사회적 가치 실현 및 그린 뉴딜 정책 실현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특히 올해는 사랑의 생명 나눔 활동의 일환으로 장기 기증 캠페인을 추진하고 웰다잉(well-dying) 운동의 첫걸음으로 이용 회원들이 손쉽게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제출이 가능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기관 등록을 신청했다. 등록 기관으로 승인이 나면 사회복지시설로서는 전국에서 첫 사례가 될 것이다.

기업의 새로운 평가 기준인 ESG에 맞춰 복지 기관도 지속 가능한 지구촌 만들기를 위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노인건강타운 이용 어르신들이 단순한 복지 수혜의 대상자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한 주체이자 ‘노풍당당한’ 선배 시민으로 거듭날 것이다. 일상으로 복귀가 시작된 희망찬 봄날, ESG 경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