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무등산 사랑 ‘무보협’이 쪼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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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무등산 사랑 ‘무보협’이 쪼개졌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개발·보전 갈등 속 지방선거 앞두고 무등산 정책 촉발되면서 ‘분화’
무보협과 함께했던 57개 환경·시민단체 탈퇴…무등산시민연대 발족
2022년 04월 24일(일) 21:20
무등산 보전에 앞장서왔던 광주 환경단체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갈이 찢기고 있다.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이하 무보협)라는 단일 깃발 아래 70여개 환경단체가 30여년 간 한목소리를 냈는데, 개발과 보전을 둘러싸고 이견이 터져나오더니 결국 ‘보전’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단체 50여곳이 무보협을 탈퇴, 새 단체를 띄운 것이다.

24일 광주시민사회에 따르면 무보협과 함께하던 57개의 광주 환경·시민단체가 최근 무보협을 탈퇴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전남녹색연합, (사)푸른길, 광주전남녹색소비자연대, (사)숲살림협회, 황룡강생태환경문화지킴이, 천주교 광주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광주카톨릭농민회 등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23일 오후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국립공원 무등산 지키기 시민연대’(이하 무등산시민연대)를 발족시켰다.새로 출범한 무등산시민연대 공동대표단은 박미경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인 상진스님, 장헌권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대표 등 7명이 맡았다.

이들은 발족식에서 “(산악열차·케이블카 개설 등)무등산 접근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보다, 정상부 방송통신탑 이전 등 무등산 복원이 우선해야 한다”고 무등산시민연대 창설 배경을 밝혔다.

이날 무등산시민연대 출범에 따라 무보협에는 20개 안팎의 가입단체만 남게됐다. 이마저도 활동이 끊기다시피 한 단체, 환경보전과는 거리가 있는 단체와 기관이 대부분이다. 한때 무등산 공유화운동 등 무등산 사랑 운동으로 시민 사랑을 받았던 무보협이 빈껍데기만 남게 된 것이다.

무보협은 지난 1987년 5월 22일 출범했다. 넘쳐나는 쓰레기, 모닥불로 인한 크고작은 산불 등 무등산 훼손을 보다 못한 광주시민이 중심이 돼 꾸려졌다. 한때는 광주 78개 시민·사회단체가 속했고, 회원 수가 1만명에 달했다.

창립 초기 ▲무등산 쓰레기 버리지 말고 주워오기 ▲취사 대신 도시락 휴대하기 ▲계곡에서 세제류 쓰지 않기 등 5대 캠페인을 벌였다. 1990년 말에는 해맞이 자제와 질서유지운동을 펼쳐 이듬해 초 모닥불을 없애는 성과를 냈다.

특히 ‘무등산 공유화운동’이 유명하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에는 늘어난 등산객들이 무등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연훼손이 심각해지자 등산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무돌길’을 조성하고 걷기행사도 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무보협의 활동에 의구심을 갖는 단체들이 늘어났다. 무등산 훼손 사건을 마냥 두고 보거나 때론 개발 쪽에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인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는 2018년 무등산 자락인 지산유원지 입구 삼거리 일대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수십년생 나무 수십그루가 잘려나가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 2020년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공동주택을 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때, 광주 26개 환경·시민단체가 무보협과 함께 행동하지 않고, 별도로 비대위를 꾸려 개발 반대 목소리를 낼 때부터 ‘분화 조짐’이 있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결정타는 무보협이 지난 1월 광주시장 무등산 정책 지지 성명을 낸 것이었다.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무등산 정상부 개발 논의와 관련해 특정 후보 정책 지지를 담은 성명을 낸 것을 두고 갈등이 폭발, 환경단체들의 무보협 탈퇴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무등산시민연대 측은 “내부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모 후보의 개발 공약에 찬성하는 자료를 냈다”며 무보협 집행부를 겨냥하면서도 무보협 탈퇴 배경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무보협 측은 “당시 성명은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데 동의했던 것이지 개발 자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탈퇴한 단체들이) 오히려 선거철을 맞아 무등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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