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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실종
2022년 01월 20일(목) 03:00
이쯤 되면 고층 아파트들이 제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브랜드 중에서도 브랜드라는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가 공사 중 붕괴됐다는데, 다른 고층 아파트들로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광주에서만 그랬을까. 무너진 곳을 제외한 다른 부실은 없을까. 준공 검사를 마친 다른 아파트들에서는 왜 이렇게 하자가 쏟아지는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주거가 본래 용도인 아파트가 이제는 투기를 포함한 투자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시점에 아파트를 완공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특히 브랜드 아파트는 짓기만 하면 완판이 되고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세상이다. 아파트 붐으로 현장이 급증하면서 하청업체들에게 공사를 떠넘기면 본사의 관리·감독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주택의 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은 19세기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에서 시작됐다. 산업이 도시를 장악해 일자리가 생겨나고, 농지개혁에 소작농들이 대거 도시로 이주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늘어난 저임금 노동자를 기다리는 것은 열악한 주택이었다. 최초의 다세대 임대주택은 부지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90%에 달해 공기가 안 통하고, 상·하수도 등 기본적인 시설마저도 없었다. 주변은 쓰레기와 오물이 뒤섞여 콜레라, 페스트 등 전염병이 창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의 개입을 통한 주택 안전성 및 삶의 질 향상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노동자주택법·공동주택법 등이 제정되고, 전문위원회들이 설치된 것은 이때부터다. 지자체에게도 주택 건설 및 감독 권한이 광범위하게 주어졌다. 토니 가르니에, 로버트 오웬, 타이터스 솔트 등은 모범적인 주택단지를 직접 조성하며 선도해 나갔다.

21세기 대한민국 도시는 건설업이 지배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똑바로 주택을 짓고 있는지, 도시 전체 수요를 감안해 공급하고 있는지, 높은 아파트가 주변 경관이나 도시 정체성과 조화를 이루는지, 주택 건설을 통해 과도한 수익을 챙기는 것은 아닌지 등을 감시·규제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는 공공에 있다. 지금 광주에 공공은 어디 있나.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