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 심사평-이병률 시인] “쨍하고도 명징한 시, 탁한 세상에 차려놓는 기쁨”
![]() 이병률 시인 |
시가 반드시 고통을 통과한 형태의 무엇은 아닐 것이다. 번민과 고뇌를 통과한 흔적을 날것의 형태로 그려 놓을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시라거나 더군다나 그 누구도 홀릴 수 없는 시라면 신춘문예 같은 공모에선 감점법으로 접근하게 된다. 장점이 충분한 작품을 두고 고민을 했다.
진영심의 ‘꾸미지오 미용실’은 제목부터 즐거운 이야기의 향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여러번 읽게 되었다.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바늘에 비유했다는 사실에 일단 선자는 놀랐다. 하지만 ‘바늘’을 연상하고 ‘바늘귀’까지 끌어와 착상에 성공했다면 바늘귀에 뭐라도 꿰어야 하는데 그것이 빠진 채 후루룩 시를 맺고 말았다.
결국 강희정의 ‘조퇴’를 당선작으로 선한다.
새해에 여는 시 한 편으로서의 자격과 미덕을 찾자면 단연 양명함이었다.
동시(童詩)의 마스크를 쓴 시라고 가볍게 평할 수 있겠으나 이 시의 아름다움은 시 속에서 자기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과감할 정도로 배제시키는 능력으로 완성도를 일으켰고 그것은 어떻게든 자신을 과잉하게 드러내려는 수많은 응모작들 속에서 분명한 빛을 발하는 지점이기도 하였다. 멋진 다이빙이었다. 쨍하고도 명징한 시 한 편을 골라 탁한 세상의 공기에 차려놓는 기쁨이 나만의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결국 강희정의 ‘조퇴’를 당선작으로 선한다.
새해에 여는 시 한 편으로서의 자격과 미덕을 찾자면 단연 양명함이었다.
동시(童詩)의 마스크를 쓴 시라고 가볍게 평할 수 있겠으나 이 시의 아름다움은 시 속에서 자기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과감할 정도로 배제시키는 능력으로 완성도를 일으켰고 그것은 어떻게든 자신을 과잉하게 드러내려는 수많은 응모작들 속에서 분명한 빛을 발하는 지점이기도 하였다. 멋진 다이빙이었다. 쨍하고도 명징한 시 한 편을 골라 탁한 세상의 공기에 차려놓는 기쁨이 나만의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