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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 바람 머금고 탄생한 ‘자연의 맛’ - 영암 로컬브랜드
남도 오디세이 味路
일교차 크고 햇볕 좋아 재배 최적지
하늘이 90% 도와줘야 최상의 맛
‘곶감마을’ 만들어 전국에 알릴 것
은은하고 고소한 유혹 ‘무화과의 변신’
영암 명품 무화과 전국 생산량 70%
무화과 요거트·인절미 특허 등록도
2021년 12월 27일(월) 23:00
손으로 일일이 깎아 자연건조에 들어간 대봉감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연현 대표.
◇아천대봉곶감 ‘오십오시’

“제대로 된 곶감을 만나려면 55일을 묵묵히 기다려야 합니다.”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대봉감 주산지인 영암군 금정면에 가면 자연건조 방식으로 탄생한 프리미엄급 곶감을 만날 수 있다. ‘아천대봉곶감 오십오시’, 손으로 깎아 55일 자연 바람으로 말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천대봉곶감 ‘오십오시’. 크기가 크고 감칠맛이 좋으며 당도 또한 최고를 자랑한다.
“저희는 자연건조만 합니다. 기계 건조를 선호하지 않아요. 기계의 힘을 빌어 말리면 12~13일이면 곶감이 되어 나오지만 저희는 55일이 걸립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도 맞았다가 햇빛에 말렸다가 추운날엔 얼기도 했다가 그렇게 자연의 힘을 빌어 곶감을 만듭니다. 하늘이 90% 도와줘야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 있는 거에요. 나머지 10%는 농부인 제가 하는 거죠.”

감을 깎을 때도 자동화기기가 있지만 수작업을 고집한다. 감이 커서 크기가 맞지 않을뿐더러 기계는 과육을 많이 깎아버리고 꼬투리까지 잘라버리기 때문에 모양이 살아나지 않는다.

아천대봉곶감을 탄생시킨 박연현(58) 대표는 귀농 12년 된 농사꾼이다. 스스로를 ‘곶감에 미친 농부’라고 말할 정도로 1년 365일 곶감만을 생각한다. 80년대에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2009년 다시 돌아왔다. 곶감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가지고 말이다. 30년만이었다.

가족이 모여 살고 있는 아천마을에 5천평의 땅을 구입해 감 농사를 시작했고 지금은 1만평으로 넓혔다. 17년된 감나무부터 40년된 감나무까지 다양하다. 보통 20년 된 감나무부터 제대로 수확이 가능하고 30~40년된 감나무에서 가장 많이 열린단다. 1만평에서 수확하는 대봉감은 3만개 정도. 올해는 2만5000개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영암 금정면은 대봉감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산으로 둘러싸여 일교차가 크고 햇볕이 좋다. 토양은 물 빠짐이 좋은 마사토 지대라 감 재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금정 대봉감은 크기가 크고 감칠맛이 좋으며 당도 또한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감 농사는 4월에 새순이 나와서 6월에 꽃이 피고 11월에 수확한다. 보통 ‘서리가 3번 내리면 수확한다’고들 한다. 저온창고에 저장해 두었다가 11월20일 무렵부터 깎아서 자연건조가 시작되고 55일이 지난 후 설 명절 전에 곶감을 완성해 판매한다.

금정대봉감으로 만든 곶감은 크기부터 일반 곶감을 압도한다. 남들은 생과로 팔지 못하는 감으로 곶감을 만들지만 박 대표는 400~500g의 상품(上品)만 골라 곶감으로 만든다. 껍질을 제거하고 55일이 지나면 수분이 60~70% 빠져나가 180~200g의 곶감이 된다. 120g짜리 곶감이 평준화 된 상황에서 차별화된 ‘오십오시’ 곶감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으로 지정돼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다. 농가마다 자연건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고, 당장 생과를 팔아야 돈이 되니 선뜻 곶감에 전력할 수 없는 상황들이다.

“거래처들이 맛을 보고 곶감을 팔아주겠다고 먼저 나서기 시작했어요. ‘곶감마을’을 만들어서 홍보를 하면 판매도 잘 되리라 봅니다. ‘곶감’하면 ‘아천대봉곶감’이 떠오를 수 있게 계속 연구하고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무화과 요거트&인절미 ‘다채로니

영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화과’.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었다는 ‘과일의 여왕’ 무화과는 전국 생산량의 70%가 이곳 영암에서 생산된다.

생과는 많이 먹어봤지만, 무화과를 이용한 가공식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무화과 즙이나 잼, 무화과를 넣은 빵 정도다. 지역 특산품인 무화과를 넣어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다채로니’를 찾았다.

식품 유통과 프랜차이즈업으로 등록된 ‘다채로니’의 대표 메뉴는 무화과청과 무화과 말랭이, 요거트를 섞어 만든 ‘무화과 요거트’와 찹쌀을 넣어 만든 ‘무화과꽃 인절미’다. 두 제품 모두 특허청의 특허 등록까지 받았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농가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 무화과는 생과로 판매할 경우 보통 60~70% 숙성된 상태에서 수확해 유통되는데, 80%가 넘으면 유통이 불가능해요. 그런데 저희가 사용하는 무화과는 80~90% 숙성된 무화과에요. 유통시키지 못하는 무화과를 농가로부터 직접 구입하기 때문에 단가가 절약되고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유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숙성이 잘 됐기 때문에 당도가 높아지죠.”

‘다채로니’ 무화과꽃 인절미
무화과청을 직접 만들어 요거트와 인절미를 개발했다는 황연아 다채로니 대표는 영암이 고향이 아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영암을 사랑하고 영암의 특산품을 알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30~40t의 무화과 생과를 농가에서 구입해 무화과청과 무화과 말랭이를 만든다.

황 대표는 현재 지역에 있는 20여개 무화과 농가와 계약을 맺고 직접 농민들이 가져오는 무화과를 사용한다. 최고 품질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농가를 다니면서 까다롭게 선택한다. 무화과가 일년 내내 나오는 과일이 아니기 때문에 수확이 시작되는 여름~가을이 가장 바쁜 때다. 현재 진행중인 공장 대형화가 마무리되면 더 많은 농가와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무화과 청은 전통방식으로 조청을 만들 듯이 장시간 저어가며 졸여서 만든다. 설탕을 별도로 넣지 않아도 자연적인 단맛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무화과청과 무화과 말랭이를 넣어 요거트를 만든다. 무화과청 한 가지만 들어가는게 아니라 무화과 말랭이도 함께 넣고 믹서기에 갈아 만든다. 첫 맛은 일반적인 요거트 맛인데 잠시 뒤 무화과 향이 난다. 코에서 향이 맡아지는게 아니라 입 안에서 무화과 향이 느껴진다.

“저희가 개발한 무화과 요거트나 무화과꽃 인절미의 매력이 바로 ‘은은하게 번지는 무화과 향’입니다. 한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3~4일이 지나면 그 맛이 생각난다면 다시 찾아옵니다.”

무화과 요거트는 삼호읍에 자리한 ‘다채로니’ 카페에서 맛볼 수 있다. 홍보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에 홍보관을 겸한 카페를 오픈해 운영중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곳을 찾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홍보관이라고 해놓으니 선뜻 들어서는 사람이 없었다. 고심 끝에 간판을 카페로 교체했더니 그제서야 찾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무화과 요거트 맛에 반해 이제는 요거트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루에 평균 50~60잔은 기본으로 판매할 정도다.

특허 등록된 무화과 요거트와 대봉감 요거트.
무화과 요거트와 함께 인기있는 제품이 대봉감 요거트다. 역시 특허 등록이 돼 있다. 10~20대 젊은층이 좋아하는 버블티를 생각하면 된다. 감 말랭이를 이용해서 쫀득한 버블티 식감을 표현했다.

‘무화과꽃 인절미’는 남녀노소가 즐겨찾는 ‘국민 간식’을 꿈꾼다. 인절미는 떡 안에 앙금처럼 무화과를 넣은 게 아니라 반죽 자체가 무화과다. 눈에 보이는 무화과 과육은 없지만 씹을 때마다 무화과 씨앗이 기분좋게 씹힌다. 먹을수록 고소하고 은은하면서도 진한 자연의 단맛이 매력적이다. 겉 고물에 따라 콩고물, 팥고물, 기피고물 3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