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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 김장 김치로 이웃 사랑을-정석윤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2021년 11월 22일(월) 01:45
정석윤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김장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담긴 전통문화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사계가 뚜렷한 탓에 한겨울에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제철 싱싱한 채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영양소를 섭취하기가 어려웠다. 이렇듯 겨울철 결핍된 섬유질과 비타민을 꾸준히 섭취하기 위해 채소 보관 방법을 고민한 결과 염장으로 절임을 하는 토속적 저장 기술을 접목한 우리네 최고의 발효 식품인 김치가 만들어졌다.

우리 조상 대대로 물려져 온 김장에는 이와 같이 심오한 철학과 지혜가 담겨 있다. 11월은 ‘김장의 계절’이다. 집집마다 김장 일년지대계(一年之大計)를 준비하는데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하며 그간 못 나눴던 얘기로 가족 간의 정을 꽃피운다. 어느 집 가정사, 사회적 이슈 등 이런저런 가십거리들로 오가는 모습은 김장하는 날의 익숙한 풍경이다.

김장은 익히 알고 있듯 단순히 배추 한 가지로만 만들어지지 것이 아니다. 파, 마늘, 무, 생강, 갓 등의 갖은 채소와 액젓이나 젓갈 등 양념을 버무려 넣고 시뻘건 고추 가루로 마무리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또한 잘 어우러져야 제 맛이 나고 정작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만드는 이의 정성이 담긴 손맛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주변 소외계층을 위한 김장 나눔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안타깝지 그지 없다. 예전부터 겨울철 김장 나눔은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이웃을 배려하는 우리 민족의 정(情)을 느끼는, 단순한 봉사활동 행사를 넘어선 그 무언가였다.

즉 김장은 우리 민족 삶의 일부이며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며 서로 돕고 사는 전통문화를 잘 드러낸 값진 유산이다. 이런 이유로 2013년 유네스코는 김장 문화를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가을은 수확의 풍요를 느낄 겨를도 없이 부리나케 지나가고 추위가 다가오면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이들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과 누군가를 돌보기까지 해야 하는 최근의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 돌봄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청년)처럼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생계가 어려워 겨우살이 준비도 걱정인데 기부마저 줄어 더욱 불안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전 기업·단체·독지가들의 참여가 많았지만 방역을 빌미로 김장 인심마저 잃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각박해질 것이다.

위드 코로나로 병역 지침이 다소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여파로 어디에서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대규모 김장 나눔 행사를 예전과 같이 진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철저한 방역을 바탕으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역병의 창궐로 고립과 소외를 비롯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신선하고 건강에도 좋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사랑의 김장을 함께 나눠 이웃 사랑을 실천해 보자.

거듭 강조하지만 ‘김장 담그기’는 우리만의 전통적·창의적인 문화이며 이웃과 정을 나누는 한국인의 정서이다. 김장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마음을 나누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사랑과 즐거움, 나눔이 있는 김장 문화가 코로나19로 위축된 취약계층의 마음을 위로하는 선물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