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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행복한 아파트, 노동인권 상생협약-정찬호 광주시 비정규직지원센터장
2021년 10월 15일(금) 07:00
정찬호 광주시 비정규직지원센터장
광주시 비정규직지원센터(이하 비정규직센터)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아파트 종사자 고용 현황’ 전수조사에 따르면 광주시 1139개 아파트단지에 종사하는 관리 노동자는 경비원 4036명, 청소미화원 3088명, 전기설비원 1362명, 관리소장 966명, 경리회계원 750명으로 모두 1만 20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지역 대기업인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 노조원 수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이다.

그러나 이들의 고용 형태는 경비원과 청소미화원의 99%가 용역 위탁계약직이었고 심지어 아파트 모든 관리를 책임지는 관리소장들마저 90%가 계약직 신분이었다. 대다수 시민의 생활 주거지인 아파트단지에 엄청난 규모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이 고용 불안, 직장내 괴롭힘, 저임금 등 여러 가지 차별과 고통을 겪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아파트 종사자들 또한 재계약이나 용역업체 변경 시 극도의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이나 노동권 침해에 대해 제대로 하소연조차 못 하는 것은 여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수의 입주민 대중이 사용주라는 점과 경비원·청소미화원의 경우 60~70대 고연령대라는 점에서 아파트 종사자들의 문제는 또 다른 심각성을 안고 있다. 분리 수거나 주차 문제로 벌어지는 입주민과의 갈등은 경비원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다. “내 돈으로 월급 주는데, 왜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느냐, 자르는 것 아무 일도 아니다”는 입주민의 전근대적인 태도에 가슴속 깊이 장탄식을 쏟아내기도 한다. 또한 입주민의 쉼 없는 민원 제기에 견디다 못한 관리소장들이 1년에도 몇 차례씩 교체되는 경우도 흔한 편이다.

이에 비정규직센터는 모든 아파트 관리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호와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이 절실하다는 판단 하에 지난 5년여 동안 아파트단지들을 뛰어다니며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 왔다. 경비원·청소미화원 모임 지원, 법률 구제 및 노동인권 교육, 아파트로 찾아가는 입주민 노동 상담, 입주자 대표단 교육, 아파트 종사자 노동인권 보호 캠페인, 각종 실태조사와 개선 방안 마련, 노사갈등 조정 및 중재 활동 등을 진행해 왔고 이는 타 지역의 롤 모델이 되기도 했다.

마침내 ‘더불어 행복한 아파트, 노동인권 상생협약’(이하 상생협약)으로 조금씩 그 결실을 맺어 가고 있다. 상생협약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자 회의 측은 경비원, 청소미화원, 관리사무소 직원 등 모든 아파트 관리노동자들의 고용 및 노동인권 보장에 노력한다’ ‘관리 노동자들은 입주민에 대한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 ‘비정규직센터는 입주민 교육, 갈등·중재, 우수 아파트 포상 및 홍보를 담당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협약에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광주시 45개 아파트단지가 참여했다. 이 중 모범적으로 협약을 이행하고 있는 6개 우수 아파트를 선정해 포상도 하고 있다. 상생협약은 올해 말까지 50개 단지를 목표로 하며 내년에도 연중 지속 사업으로 추진한다.

물론 세 주체가 협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관리 노동자를 대하는 입주민들의 의식 변화와 입주자 대표단의 꾸준하고도 적극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상생협약은 공동주택법이나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의무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나와 가족의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공동체를 위해 땀 흘리는 노동자들에 대한 ‘마음속 법령’이 되었으면 한다.

상생협약이 존중과 배려로 더불어 행복한 아파트 생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또 다른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입주자 대표자 회의와 관리 주체 측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