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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사업가 고명환씨 “돈에서 벗어나 의지대로 사는 게 행복”
광주일보 제9기 리더스 아카데미 ‘행복’ 나만의 삶‘ 강연
교통사고 뒤 다시 찾은 인생
후회없이 살려고 다양한 도전
행복은 미래 아닌 현재의 것
지금 웃을 수 있는 일 찾아야
2021년 09월 29일(수) 21:40
고명환씨가 지난 28일 광주 서구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지난 28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이문세의 노래 ‘알수없는 인생’이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개그맨 고명환(49)씨. 개그맨부터 연기자, 뮤지컬 배우, 메밀국수집 사장, 작가, 강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알 수 없는 인생’을 헤쳐 온 그와 어울리는 노래였다.

고씨는 이날 ‘광주일보 제9기 리더스 아카데미’ 강사로 참여해 ‘행복’과 ‘나답게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원우들과 나눴다.

“우리는 언젠가 행복이 올 거라며, 언젠가 웃는 날이 올 거라며 참으면서 살도록 교육받았지만, 그건 잘못됐죠. ‘언젠가 행복해지겠다’는 말은, 스스로에게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전제하는 거에요. 바로 지금 웃는 것,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고씨는 1997년 MBC 공채 8기 개그맨으로 데뷔했으며 각종 영화·드라마 배우,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여갔다. 매일같이 방송국에서 새벽 4~5시까지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길어봐야 하루 4시간씩 쪽잠만 자며 악착같이 일했던 그였다.

지난 2005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 드라마 ‘해신’ 촬영이 끝난 늦은 밤, 완도에서 서울로 향하던 고속도로에서 차가 미끄러져 큰 사고를 당한 것이다.

“뇌출혈, 내장 파열, 골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심장 출혈이 문제였어요. 의사는 ‘심장이 터지기 직전이니, 길면 이틀 살겠다’면서 언제 의식을 잃을지 모르니 빨리 유언을 남기고 신변정리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죽음 앞에 선 고씨는 지난 삶을 돌아봤지만, 무엇 하나 가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 서울에 장만한 아파트 3채도 연말에 받은 연예대상 우수상도 그의 죽음을 보상해 주지 못했다. 오히려 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 연극영화과를 가겠다며 재수 공부를 했던 4개월만 자꾸 떠올랐다. 자기만의 순수 의지로 살았던 유일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고씨는 이후 후회없는 삶, 행복한 삶을 직접 찾아나섰다. 처음엔 자기계발서나 철학, 인문학 서적 등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나갔고, 평소 꿈꿔왔던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기도 했다. 식당을 열어 3년만에 연 매출 10억을 벌기도 하고, 책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고씨는 이같은 성과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저는 단 1초도, 그 누구에게도 끌려다니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돌아보면 우리는 늘 꿈과 행복을 세뇌당해 왔죠. 대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99% 돈 잘 버는 대기업과 공기업을 꼽아요.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 물으면, 미디어나 드라마, 영화 등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장면을 떠올리죠. 남들이 정해주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행복을 좇아 왔던 거에요.”

고씨는 “5만원을 가졌을 때 행복하지 않으면, 50억원이나 500억원을 가져도 행복할 수 없다”며 “돈의 철학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진정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2005년과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난다면, 이번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겠다. 끌려다니지 않고 내 의지로 가득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고 웃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