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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먹거리·생태 보전 …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산다
<11>농촌농업가치 헌법에 담자
전남 18개 시군이 ‘소멸 위기’
농민기본소득 등 도입 목소리
대선국면 농촌 공약은 실종
2021년 08월 25일(수) 23:00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수도권 중심의 도시 쏠림 현상이 수십 년째 이어지면서 농촌 공동체 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50여년간 농촌 인구는 급감하고 고령화율은 급증했다. 머지않은 장래에 농촌 공동체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생겨나는 이유다. 도농 불균형을 깨고 농촌을 살리는 길의 시작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국가 최상위 규범인 헌법에 담는 것이라고 농민들과 농촌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은 국민 식량 공급이라는 1차 기능 외에도 다양한 공익적 기능·가치를 담고 있다며, 이를 명문화해 농촌과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근본적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 도입이 도농 불균형 해소와 농촌살리기의 근본적 해법이라며 “우리 사회가 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 운동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전남도와 광주전남연구원,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1965년 대한민국 인구는 2870만명이었고, 이 중 55.08%에 해당하는 1581만명이 농가 인구였다. 50여년이 지난 2018년 대한민국 인구 5180만명 가운데 농가 인구는 231만명(4.45%)에 그쳤다. 같은 기간 농촌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비율)은 3.2%에서 44.7%로 껑충 뛰었다. .

농도(農道) 전남의 경우 1970년 인구가 393만명에 달했으나 50여년이 흐른 2021년 3월에는 184만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국가 인구는 68% 증가한 반면 전남 인구는 절반이 넘는 53%가 감소했다. 이 같은 농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정부 정책 실패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산업화시대 이래 도시 중심의 산업 육성으로 도시에 일자리가 집중됐고, 1990년대 이후에는 정부 주도의 농산물시장 개방 등 개방화 농정으로 농가 소득이 급감하면서 농촌에 사람이 살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정원 광주전남연구원 농어촌활력연구실 연구위원은 “2000년 농가소득은 2307만원이었고 도시 2인 이상 가구 소득은 2664만원으로, 도시 가구 대비 농가 소득은 86.7%로 큰 차이가 없었다”며 “그러나 대도시 중심 압축성장과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도농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2019년 도시 가구 대비 농가 소득 비율은 66%(농가 소득 4118만원, 도시 2인 이상 가구 소득은 6239만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은 “농촌이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것은 당연히 정부 정책 실패 때문이다. 농업 경쟁력이 높은 농업선진국에 비해 농업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을 추진하면서 농업 기반이 붕괴됐다”며 “농사로 먹고살기 어렵게 되자 농촌 인구가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도시로의 인구 유출은 도농 격차를 더욱 키웠다. 인구가 몰려드는 도시는 교육·문화·의료·도로·철도·항공 등 각종 기반 시설이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반면 인구가 줄어든 농촌은 경제성을 따지는 정부에 막혀 도로 등 기반시설조차 지금껏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눈앞으로 다가온 공동체 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 결과, 2020년 5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05곳이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92.4%인 97곳이 비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 서울, 대전, 울산 등 주요 도시는 인구소멸 위험지역이 없었으나, 전남 22개 시군에선 18곳이 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됐다. 도청 소재지 무안과 혁신도시 소재지 나주가 소멸 위험지역에 신규 편입돼 충격파를 몰고 왔다.

서정원 연구위원은 “도농 불균형 해소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국가와 우리 사회가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다원적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에 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위원은 “헌법을 통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 보장은 식량안보, 생태보전, 국민 먹거리 보장, 삶의 질 향상 등 국토 균형 발전과 직결되는 사항”이라며 “스위스 등 일부 국가는 1990년대에 이미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연방헌법에 반영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