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치 비 단 이틀에…대비할 틈도 없이 ‘물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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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치 비 단 이틀에…대비할 틈도 없이 ‘물폭탄’
전남 호우 피해 왜 커졌나
시간당 80㎜ …산사태·침수 피해
기상청 토의땐 “500㎜” 의견
실제 예보는 “300㎜ 이상”
시점 앞당기고 정확도 높여야
2021년 07월 06일(화) 19:05
6일 오후 해남군 현산면 탑동마을 주택 뒤로 흐르는 하천 제방이 빗물에 쓸려내려가 주택 골조가 드러나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 6일 이틀간 집중 호우로 2명이 숨지고 2만1484㏊(약 6500만 평)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조사되면서 막대한 비 피해를 불러온 배경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6개월(1~6월)간 누적 강수량을 뛰어넘는 큰비가 단 이틀간 집중되면서 미처 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원성이 농가 등 호우 피해 주민에게서 일단 나온다.

기상청의 지난 5일 기상 예보 전 토의 과정에서 일부 예보관이 ‘최다 500㎜ 이상 호우 가능성’까지 내다봤다는 점에서 소극적 예보를 넘어 적극적 예보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농가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예상강우량에 따라 관계당국과 주민들의 경각심 차원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호우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6일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새벽 0시부터 6일 오후 2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해남 현산 526㎜, 장흥 관산 460.5㎜, 진도 지산 440㎜, 고흥 도양 414.5㎜, 강진 마량 398.5㎜, 보성 득량 374.1㎜, 여수 산단 368㎜, 광주 남구 190.5㎜다.

단 이틀 내린 비 양의 합이 최근 6개월(1~6월) 내린 비의 양을 넘어서거나 육박한 점도 피해를 키웠다.해남의 경우 지난 6개월간 내린 비의 합이 496.4㎜였으나 해남(현산)에 최근 이틀 내린 비의 양은 이보다 30㎜가량 많았다.장흥(513.4㎜), 고흥(449.7㎜), 여수(520.4㎜) 등의 최근 6개월 누적 강우량 역시 이틀간 내린 비의 양에 육박할 정도로 짧은 시간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일부 강우가 집중된 지역은 시간 당 최다 강수량을 갈아치웠다. 장흥 관산 79.0㎜, 강진 마량 74.0㎜, 고흥 도양 72.5㎜, 해남 현산 72.0㎜, 진도 69.5㎜ 등이다.

기상청의 예보 타이밍과 정확도, 예보 방식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광주기상청은 지난 5일 예보에서 “5, 6일 이틀간 광주·전남 지역 예상 강수량은 50~150㎜. 많은 곳은 300㎜ 이상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틀간 실제 쏟아진 비는 남해안 지역의 경우 적은 곳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300㎜ 안팎부터 500㎜를 넘어선 곳도 있었다. 밤사이 비가 더 올 경우 기상청 전망치의 갑절 이상의 강우량 지역이 생겨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호우 피해를 본 농가를 중심으로는 예보 시점을 조금 더 앞당겨 대응할 시간을 주고, 정확도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광주기상청의 지난 5일 예보 발표 전 토의 과정에서 일부 예보관이 “지난해 8월 물난리를 부른 집중호우때와 기단 배치, 구름대 등이 유사하다. 최대 500㎜ 이상의 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으나, “많은 곳은 300㎜ 이상”으로 접점을 찾아 예보한 것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최대 강우량 300㎜와 500㎜ 이상은 호우를 대비하는 관계당국이나 농가 등 주민 입장에서 차원이 다른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을 지낸 농민 김성보씨는 “기상청은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리 기상청 예보는 사전에 안내하는 ‘예보’가 아닌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 ‘중계’에 그치는 것 같다. 예보 정확도도 틀리기 일쑤”라며 “특히 장마철의 경우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예상 강우량 등을 보수적으로 잡는 관행을 벗어나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상 예보 토의 과정에서는 같은 자료를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접점이 이뤄진 것은 다수 예보관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라며 “강우량 변동성이 크다고 각별하게 안내했으나 농민 등 국민께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보다 신속, 정확한 예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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