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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과 새 것 어우러져 ‘문화가 빛이 되는 마을’로
[문화로 피어나는 광주 동명동-문화도시재생 부푼 꿈]
젊음의 거리 활기 가득 ‘동리단길’
다채로운 문화 색채 ‘광주 폴리’
노후주택 정비·생활인프라 개선
‘어울림 공작소’·‘동명인’ 등 운영
일자리 만들고 마을공동체 구축
광주다움 담는 문화마을 비상 꿈꿔
2021년 03월 02일(화) 10:00
경전선이 운행하던 당시의 ‘농장다리’.
조선대 사범대 앞에서 내려다 본 현재 동명동 일대.
◇학원가에서 ‘카페거리’로 변신=광주시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가 젊은 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에 동명동에 학원가가 형성된 것과 연관성이 있다. 당시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한 뒤 그 자리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함에 따라 도청 일대에 있던 입시학원들이 동명동 일대로 자리를 옮겼다. 도심과 가까우면서 땅값이 상대적으로 쌌기 때문이었다.

당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승용차에 태워 학원에 데려다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3시간 가량을 학원 근처에서 기다려야 했다. 자연스럽게 학부모들은 학원 근처에 있는 카페를 이용하게 됐고, 그곳에서 시간을 떼울 뿐만 아니라 입시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동명동 학원가에 카페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성있고 커피 맛이 좋은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며 ‘카페 거리’를 형성하게 됐다.

카페거리는 동명동에 긍정적인 도미노 현상을 유발했다. 동명동 골목 골목마다 개성있는 아이템의 식당과 카페, 동네책방, 공방, 갤러리 등이 하나둘씩 들어서며 젊음의 거리로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옛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는 대신 낡은 건물의 특색을 살려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과거 파출소로 쓰이던 건물이 이태리 분식식당으로, 군수가 살던 집이 게스트하우스로, 폐가로 방치된 건설사 회장 저택이 수제맥주 브루어리로 변했다. 이렇게 해서 문화와 어우러진 동명동 카페거리는 서울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광주 폴리’도 동명동에 문화색채를 더한다. 동명동과 인근에 ‘서원문 제등’, ‘소통의 오두막’, ‘쿡 폴리 청미장’과 ‘콩집’, ‘꿈집’, ‘아이러브 스트리트’, ‘푸른길 문화샘터’ 등 다채로운 폴리가 설치돼 있다. 이처럼 동명동은 ‘푸른 길’로 대표되는 숲길과 주민들의 삶의 체취가 배인 골목길, 젊은 세대의 카페 거리가 공존하고 있다. 옛 것과 새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앞으로 동명동은 주민주도의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어떻게 탈바꿈할까? 광주시 동구에서 수립한 ‘동명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활성화계획’(2019~2022년·이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동명동의 미래를 살펴본다.



1960년대 촬영된 동명동 시가지(사진 속 번호는 ①살레시오여고 ②서석초등학교 ③농장다리 ④교도소농장 ⑤태봉산 ⑥살레시오고.) <광주역사민속박물관제공>
◇문화가 빛이 되는 동명마을 만들기=광주시 동구는 지난 2019년 초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사업대상 지역(동명동·산수 1동 일원)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사업대상지는 장기간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지 않아 지난 2018년 3월에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설문결과 주민들은 대상지역 핵심 현안을 묻는 질문에 ▲주거지역 노후화(42.1%) ▲인구감소 또는 고령화(27.3%) ▲기반시설 부족(23.9%) 순으로 답했다. 사업대상지내 총 492동의 건축물 가운데 저층(1~2층)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의 90.8%(447동), 준공한지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의 76.8%(378동)을 차지할 정도로 열악하다. 또한 공가(空家)와 폐가(廢家)도 26호와 23호에 이른다. 주거인구의 경우 1985년 4만4736명에서 2018년 1만789명으로 3만3946명(75.8%)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가 1985년에 3.1%였으나 2018년에 24.9%를 차지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대상지역 문제해결 해결방향을 묻는 질문에 ▲쾌적한 생활환경(42.1%) ▲지역경제 활성화(25.2%) ▲주민공동체 활성화(21.5%) 순으로 답했다.

동구는 이러한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문화가 빛이 되는 동명마을 만들기’를 비전으로 설정했다. 기본 방향으로는 ▲재개발 해제지역 생활환경 재생(노후 주거환경 정비, 주민주도 공동체 회복) ▲지역자원 연계 마을활성화(일자리 창출, 청년유입 지역활성화)로 잡았다.

우선 쾌적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노후 주거환경 정비’ 사업으로 주택정비 지원사업과 생활인프라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사업 대상지내 94%를 자지하는 노후 건축물(20년 이상)을 대상으로 담장과 외벽 등을 개선하는 주택 외부수리(77개소), 노후된 슬레이트 지붕정비·개량(46개소)를 시행한다. 이는 하수도 악취개선(환경부), 슬레이트 처리(환경부), 도시가스 시설(민간) 등 ‘생활인프라 개선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골목 내에 보행약자를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동밖 마실길’과 광주형무소 옛터, 동계천로, 농장다리 등 지역자원을 활용한 역사문화거리인 ‘마을 이야기길’을 조성한다. 여기에는 마을 역사와 옛 골목길 이야기, 마을 미담 등을 적용한 벽면 아카이빙과 마을안내도, 스토리 바닥동판 등이 설치된다. 방치된 자투리땅에는 소규모(150㎡) 쌈지공원인 ‘동파크’를 만들 계획이다.



‘푸른길’에서 열린 달빛 음악회. <광주 동구 제공>
‘푸른길 문화샘터’(작가 승효상)로 변모한 옛 농장다리.
◇‘나무전 거리’에 ‘메이커스 아카데미’ 운영=‘동명동 현장지원센터’는 지자체와 주민간 가교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해 관계자간 의견을 조율해 주민주도의 도시재생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이를 통해 동명동의 지역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 등 재생사업과 관련된 사업추진에 활력을 불어넣고, 현장중심 활동을 통한 지역맞춤형 재생사업을 펼치게 된다. 구체적인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는 ▲소규모 마을환경개선을 위한 ‘동밖 마을계획학교’ 운영 ▲마을골목 환경개선을 위한 ‘동밖 골목지킴이’ 운영 ▲‘마을해설사’ 양성 ▲주민-상인협의체 운영 ▲사업대상지 역사와 주민들의 삶·생활상을 수집해 DB를 구축하는 ‘재생사업 기록화 및 마을소식지 발간’ ▲동명동 주민제안사업 운영 등을 맡아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마을 일자리창출’을 위해 목재 관련 특화공간인 ‘어울림(林) 공작소’를 조성하고, 마을관리협동조합인 ‘동명인’(東明人)을 꾸려 운영한다. 공작소는 ‘목공 학교’와 ‘집수리 학교’ 등 ‘메이커스 아카데미’를 운영해 마을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거점시설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공작소 내에는 목공예 공방과 카페, 전시실, 다목절홀, 옥상정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나무전거리’라는 지역자산을 활용해 현재의 목재상가와 연계해 목공예를 체험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동명인’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된 마을 시설물과 주택 등 관리를 맡는 마을공동체 기반 마을관리 협동조합이다.

마지막으로 ‘청년유입 지역활성화’를 위해 청년 복합문화공간인 ‘동명 플랫폼’과 청년 복합지원공간인 ‘동명 하우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동명 플랫폼’은 지역청년의 역량강화를 통한 도시재생 핵심주체를 발굴·육성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사업의 운영동력을 확보하자는 필요성에서 마련됐다.

주민들은 고층 아파트를 건립하는 재개발 대신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을 선택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독특한 정체성과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동명동을 ‘광주다움을 담은 대표 문화마을’로 만들고자 하는 주민들의 시도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하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