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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 3월의 책 루쉰 ‘아Q정전’
자기합리화에 빠진 인간들에 대한 일침
中 혁명가이자 사상가·문학가 ‘루쉰’
중국 현대문학 출발점
과거 환상에 빠진 中 현실 풍자
로맹롤랑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작품”
고명환과 29일 인터넷 북토크
2021년 03월 01일(월) 23:00
세상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덤비면 이익이 없다. 모든 지적인 공부와 수련은 다 자기 멋대로 세상을 정하는 무지를 이겨내려는 겸손한 도전이다. 파멸하는 개인이나 몰락하는 나라에는 일정 부분 ‘정신승리법’에 기대서 소일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 기대를 객관적 사실로 착각하는 외교나 내정에는 다 ‘정신 승리법’의 요소가 배어 있는데, 종내에는 쓰디쓴 좌절을 겪는다. 모욕을 받으면서도 거기에 저항하기 보다는 모욕이 아니라고 스스로 자위한다. 무력감과 노예근성의 발로다. 이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희망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희망이 없다. 책을 읽으며 내내 묻는다. 나는 ‘아Q’인가 아닌가. 나와 ‘아Q’ 사이의 거리는 얼마인가.

<최진석·루쉰 작 ‘아Q정전’을 선정하며>



루쉰
“세상에는 본래 길이 없어도, 그 길을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곳이 곧 길이 된다.”, “우정은 양쪽이 서로를 진실하게 대하는 것이고, 한쪽이 다른 쪽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남긴 어록을 마음에 새긴다. 고(故)리영희 선생은 그를 두고 “자신의 글쓰기 정신, 마음가짐의 스승”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의 혁명가이자 사상가, 문학가인 루쉰(魯迅·1881∼1936). 38세 때 ‘광인일기’를 발표하며 문학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이후 소설과 산문을 넘나드는 문필활동을 통해 중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센다이 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국민을 계몽하여 봉건성에서 탈피하는 것임을 깨닫고 유학을 단념한 뒤 문학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첫번째 작품집 ‘눌함(눌喊)’의 ‘자서’에 쓴 “쇠로 된 방에 갇혀 잠들어 있는 몇사람만이라도 깨어난다면, 쇠로 된 방을 부수고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절대로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마음이 루쉰의 글쓰기의 원동력이었다.

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광주일보와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3월의 책으로 루쉰의 소설 ‘아Q정전’이 선정됐다

신해혁명 전후의 격동기를 살다간 주인공 아Q는 힘없고 비겁한 날품팔이다. 모욕을 당하면 자기보다 약한 자를 찾아 분풀이를 하고, 그것이 안되면 그 모욕을 머릿 속에서 자신의 승리로 바꿔버리는 사람이다. 오로지 상황을 왜곡시켜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정신적으로 이겨내는 삶이다. 이를테면 깡패들에게 얻어 맞아도 “나는 얼굴로 주먹을 때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루쉰은 아Q의 ‘자기합리화적’인 삶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과거의 환상에 의지해 살아가는 중국인들을 풍자한다.

‘중국 현대문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아Q정전’에 대해 프랑스 문호 로맹롤랑은 “이 풍자적이고 사실적인 작품은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 프랑스 대혁명 때도 아Q는 있었다. 나는 고뇌에 찬 아Q의 얼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아Q 는 내 안에, 우리 안에, 세계 도처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이일지도 모른다.

‘아Q정전’은 중편 소설인 터라 다른 단편들과 묶여 출판돼 루쉰의 작품 세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첫번째 소설인 ‘광인일기’를 비롯해 ‘고향’, ‘쿵이지’, ‘약’, ‘술집에서’ 등 대표작은 공통으로 실려있다.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 ‘루쉰 소설 전집’은 루쉰이 일생동안 발표한 소설들을 엮은 소설집 ‘눌함’, ‘방황’, ‘고사신편’ 등 3권에 수록된 33편을 번역한 완역본이다. 루쉰 전공자 서울대 진형준 교수가 번역한 창비 출판본 ‘아Q정전’에는 모두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으며 열린책들 판에는 15편이 담겼다.

문학동네 출간본은 ‘아Q정전’ 한 편만 실려 있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가 번역했고 중국의 대표 판화가로 루쉰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해 형상화해 온 자오옌녠의 사실주의 판화가 함께 담겼다.

서해문집 판 ‘아Q정전’에는 소설과 함께 산문집 ‘들풀’,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후기를 대표하는 역사 소설집 ‘새로 엮은 옛이야기’ 수록작품을 실었다. 소설, 수필, 일기, 서간문 등을 모은 ‘루쉰 전집’(그린비)은 모두 20권 분량으로 2007년 4월 시작해 2018년 마무리된 의미있는 결과물이다.

최진석 교수와 ‘책 읽는 개그맨’ 고명환과 함께하는 ‘북토크’는 오는 29일 오후 7시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며 토크 내용은 광주일보와 새말새몸짓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또 3월 셋째주에는 최 교수가 읽은 ‘아Q정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광주일보 지면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