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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학관 건립 어디까지 왔나
4월께 ‘첫 삽’…콘텐츠위 전문가로 구성해야
25년 지난한 역사…내년 말 완공예정
콘텐츠위 참여인사 다수 전문성 미흡
학예사·연구자 등 관련 전문팀 시급
2021년 01월 25일(월) 00:00
광주문학관 1순위 후보지로 선정된 북구시화마을 <광주일보 자료 사진>
문학관은 작가의 문학적 혼과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특히 문학관은 지역 문화의 중심 내지는 콘텐츠 생산 기지, 나아가 문화관광의 구심점이 된다. 문학관이 문인의 창작활동과 관련된 기록 보관서로서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단순한 예술적 공간을 넘어 사유와 사유, 문화와 문화, 사람과 사람이 합류되고 교섭되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공간이다.

광주문학관의 건립 당위성, 지금까지의 추진 약사를 비롯해 문학관을 어떻게 꾸미고 콘텐츠를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콘텐츠추진위 활동 등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특히 광주의 첫 문학관으로서 ‘광주문학관’의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지는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최근 열린 콘텐츠위원회 회의 결과는 광주문학관이 문학인과 시민들의 염원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문학관 건립 당위성과 장소

현재 전국에는 80여 개 문학관이 있다. 그러나 문화수도라 자처하는 광주에는 문학관이 없다. 문학관이 없는 광주에, 내로라하는 문학인은 많다. 이를 문학적 용어로 아이러니라고 한다. ‘나두야 간다’의 박용철, 동요 ‘강아지’, ‘봄맞이’ 로 유명한 김태오, 광주가 키워낸 ‘고독의 시인’ 김현승, ‘휴전선’의 박봉우, ‘전라도’의 이성부, ‘사평역에서’의 곽재구가 있다.

비록 광주 출신은 아니지만 송기숙, 문순태, 한승원, 이승우, 공선옥 등은 광주와 남도 정서를 바탕으로 작품을 형상화한 지역의 대표 문인들이다.

광주시는 민선 7기 들어 중단됐던 문학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시는 사업비 171억원을 들여 건축 연면적 2730여㎡, 지상 4층 규모로 2022년 12월께 북구 시화문화마을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시화문화마을은 2004년 주민들이 아름다운 마을만들기를 추진한 곳이다. 인근에 미술관과 청소년문화의집, 각화저수지 수변공원 등이 있어 다양한 문화공간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향후 일정은 3월 중 전시설계용역 발주, 4월 건축설계 공모 결과 발표 및 계약 체결이 예정돼 있다. 이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면 내년 말께는 개관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문학관 추진 역사

광주문학관 건립은 그 자체로 지난한 역사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지난 1996년 ‘문학의 해’ 대규모 문학동산 조성 계획이 문학관 시초였다 할 수 있다. 2009년에는 예산을 책정했음에도 불용 처리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어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2013년에는 ‘빛고을문학관건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협상대상지로 명성예식장, 히딩크호텔 등이 거론됐지만 범 문단 측 추진위원회에서 반대 결의로 무산됐다.

2014년 2월에는 광주문인협회에서 ‘광주문학관 건립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열었다. 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원로를 중심으로 개최한 좌담회였다.

이후 2014년 10월 범 문학인 측 빛고을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는 “방문객이 용이한 곳에 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결의했다. 사유지 매입을 억제하고 시 보유지 땅에 건립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했으며 준비과정에 있어 문학인들과의 교감을 강조했다.

2017년 10월에는 광주문학관건립추진위가 광주문학관 건립을 촉구하는 1만157인 지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임원식 광주문인협회 회장과 박관서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이 중심이 돼 활동을 전개했다. 2018년에는 추진위 간담회, 운영조례 제정 등이 보고됐으며 2018년 12월에 문학관건립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완료됐다. 시는 ‘광주문학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보고회에서 각화동 시화문화마을을 1순위 후보지로 발표했다.

◇콘텐츠위 전문가들로 새롭게 구성해야

그러나 20년 넘게 숙원사업이었던 문학관은 최근 열린 콘텐츠위원회의 전문성, 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싸고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콘텐츠위는 전시 설계 추진 방향, 전시실 구성 콘텐츠, 문학관 명칭 및 전시실 외 공간 구성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문제는 위원 10명 가운데 콘텐츠 전문가는 1~2명뿐이어서 문학관이 콘텐츠를 제대로 담아낼지 의문이라는 게 문단안팎과 시민들의 여론이다. 특히 소수를 제외한 위원들 대다수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콘텐츠위에 참여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분위기이며, 어떤 위원은 소모적 논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회의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A위원은 “콘텐츠위원으로 참여하는 이들 대다수가 70대 이상이며 소수위원만 50대 중반이어서 콘텐츠라는 개념조차 모른다”며 “회의에 앞서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소한 박사과정 이상 대학원생, 박사학위자 또는 전문 학예사, 연구자 등을 추천 또는 선발하든지 해 전문 연구팀을 꾸려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지역 문학단체에서 몇몇의 문인들을 ‘정치적·기계적으로’ 배분해 구성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건립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50% 가까이 콘텐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식견이 없다보니 주제와 먼 얘기를 할 수밖에 없고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B위원은 “어떤 위원들은 문학인이라고 자처하지만, 과연 문단과 시민들 입장에서 문인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기가 낸 책을 참조해서 ‘콘텐츠를 구상하라’라는 식으로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C위원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자기들 속한 단체 위주로 부스 얘기를 하던데, 작고 문인과 한국문학사에서 인정을 받는 분들만 콘텐츠화가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위원들 면면을 보면 전문성 부재가 가장 큰 문제여서, 저 또한 조만간 사임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위원은 “저를 비롯해 문학을 한다고 해서 다 콘텐츠 전문가가 아니다. 꽃을 재배한다고 해서 플로리스트가 아닌 것과 같다”며 “차제에 콘텐츠 전문가 또는 콘텐츠 연구팀을 구성해서 제대로 개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 관계자는 “콘텐츠를 어느 정도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건립추진위에서 콘텐츠위원을 다수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과정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생산적 논의과정으로 봐달라”며 “콘텐츠위의 의견도 청취하겠지만 개선할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