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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공기업으로서 책무 다해야
2021년 01월 11일(월) 23:00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팀장
영광 한빛원전 6호기가 지난 7일 제13차 ‘계획 예방 정비’에 들어갔다. 계획 예방 정비란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약 18개월 주기로 발전을 중단하고 설비 검사와 점검, 정비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계획 정비 기간 동안 새로운 핵연료봉 장전, 발전 설비 점검, 노후 설비 교체 등이 이루어진다. 한빛 6호기도 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지하고 증기발생기 교체, 원자로 헤드 관통부 점검, 원전 교체 등 점검 보수 작업을 한다. 5개월의 정비 기간을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한빛 6호기 제13차 계획 예방 정비 기간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작업이 계획되어 있다.

지난 11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한빛 5호기 계획 예방 정비 기간에 원자로 헤드 관통관 84개를 보수 용접하는 과정에서 세 개의 관통관을 부실 용접한 두산중공업을 계약 위반으로 판단하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부실 용접 사실을 시행사인 한수원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서 조작 의혹까지 있어,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또한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부실 용접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였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한수원은 이번 6호기 계획 예방 정비 기간에 진행될 원자로 헤드 관통부 용접 시공을 다시 두산중공업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두산중공업과 한빛 5·6호기 원자로 상부헤드 관통관 용접부 개선 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한수원은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용접 불량 확인과 규제 기관 및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두산중공업과 한빛 6호기 폴라크레인 정비 용역을 체결하였고, 한빛 6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용접부 개선 용역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시공업체의 중대한 과실로 공사·납품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에는 계약 해지, 계약금 몰수, 구상권 청구, 재입찰 제약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두산중공업을 고소까지 진행한 한수원이 계약 당사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이러한 행위는커녕 추가 계약을 맺고, 같은 용역 수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이다.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부실 용접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은 공익 제보에 의해 알려져 조사가 시작되었다. 만약 제보가 없었더라면, 원자로 헤드의 부실 용접 사항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위험천만한 상태로 한빛 5호기가 가동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심각한 문제가 제보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은 핵발전소의 안전 운영, 관리 감독, 규제 전반의 실종을 보여 주는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다.

핵발전소는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문제라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넘어가 버리면 언제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최소한의 안전성이라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안일하고 관행적이며 폐쇄적인 체계를 바로잡고, 전문성·합리성·공정성·투명성·신뢰성·도덕성에 기반한 운영·관리 감독·규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운영해야 하는 한수원의 입장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사업자에게 마땅한 책임을 묻지 않고 또 다시 같은 공사를 맡기는 일은 납득하기 어려운 기이한 처사이고, 비상식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부실 용접 사건과 관련하여 시행사인 한수원이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의 작업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도 모자란 판국에,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시공사에게 똑같은 공사를 맡기는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수원은 두산중공업과 한빛 5·6호기 설비 개선 용역 계약을 해지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운영해야 하는 공기업으로서 직무와 책무를 다해야 한다.

우리는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만약 이러한 비합리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두산중공업과의 계약을 이행한다면, 한수원에게 도의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배임 행위를 물어 반드시 법적인 책임도 지게 할 것이다. 한수원은 지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소홀히 듣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