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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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내 여물지 못한 아픔 선별해주신 분께 감사”
2021년 01월 04일(월) 00:00
-이서영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 생오지문예창작촌 시동인 활동 ▲ 시가 흐르는 행복학교에서 창작수업
자기 전에 발바닥에 바셀린을 발라두었는데 밤새 신발도 없이 어디를 헤맨 것처럼 발바닥이 아팠다. 깨어나 보면 또 아무렇지 않았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없었던 건 아니겠지. 내가 헤맸을 골목들 어둠들…. 오랫동안 만진 생각이 있었다. 조금씩 수정하면서 눕거나 앉거나 습관에 기대어 조금씩 변경하면서. 대부분 좋지 않거나 쓸모없어서 버리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 밖의 용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 용도보다 훨씬 앞선 것, 거기 있을 뿐이라는 듯. 커튼이 항상 묶여 있는 것처럼,

시를 썼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라는 주문을 언제부터 받았던가. 나를 넘어서기 위해 조금만 더 해야 한다는데 난 그 조금만 더를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손도 못대고. 어쩌면 조금만 더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일지도 몰라. 죽을 때까지 조금만 더 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면 어쩌나, 나는 정말 어쩌나, 이 가여운 나는, 어디로 사라지고 누가 와야 이 습관의 나는 대체되는 것일까,

당선 소식을 들었다. 나의 밤들이 말들이 그것인 채로 당선 소식을 들었다.

그래, 시를 더 써보겠느냐고, 마치 꿈처럼 연락이 왔다. 다른 호흡 다른 표정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영 같은 불확실감에 휩싸여 당선 소식을 들었다. 내 여물지 못한 아픔을 선별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시로 이어져 긴 시간의 터널을 함께 걸어온 ‘생오지문예창작촌’, ‘시가 흐르는 행복학교’ 문우들과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 늘 격려해주시고 기다려주셨던 박순원 교수님, 김성철 교수님, 유홍준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의 엄마, 어머님, 이 기쁨은 온전히 두 분 것입니다.



















이서영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 ‘생오지문예창작촌’ 시동인 활동

▲‘시가 흐르는 행복학교’에서 창작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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