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심사평] 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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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문 심사평] 정지아 소설가
“할머니와 예술가의 손 묘사 장면이 아름다워”
▲중앙대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졸업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이효석 문학상, 김유정 문학상 등
▲소설집 ‘숲의 대화’ 등 다수
2021년 01월 01일(금) 00:00
2020년은 우리 인류가 전례없는 위기에 맞닥뜨린 시기였다. 코로나라는 인류의 위기가 과연 문학 속에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기대되기도 했다. 뜻밖에 단 한 편의 소설에도 이러한 시대상은 담겨져 있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가 즉자적으로 소설에 반영되었을 거라는 기대가 섣부른 것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거리두기의 시대가 내면으로의 침잠이라는, 문학의 핵심적 본질에 맞닿아 있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본심에 오른 것은 김득진의 ‘장인의 길’, 범영의 ‘신발’, 김정의 ‘등고선’, 세 편이었다. 요리를 삶과 접목시킨 ‘장인의 길’은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다만 아버지의 서사가 전조 없이 너무 성급하게 끼어들고, 두 여자의 이야기가 요리만큼의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신발’은 소설의 얼개를 짜는 솜씨가 촘촘하고 신발이라는 상징 또한 신선했다.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었으나 주제가 결국 남편으로부터의 탈출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이 아쉽다.

염색을 소재로 한 ‘등고선’은 예술과 노동을 등고에 놓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는 작품이다. 아이의 죽음이라는 상투적인 서브 플롯이 마음에 걸렸으나 평생 노동을 해온 나물 파는 할머니와 예술 노동자들의 손을 묘사한 한 장면의 아름다움이 당선작으로 선택하게 했다. 섣부른 낭만이나 예술적 허영에 빠지지 않은 점도 작가의 미덕이라 할 만하다.

자본이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절대적 기준이 된 요즘에도 많은 사람이 문학이라는, 인간과 삶에 대한 자기 반추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 큰 위로를 얻는다. 당선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문학에의 꿈을 가진 모든 투고자들께 감사와 함께 격려를 보낸다.
[단편소설 당선작] 김정숙-등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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