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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2020년 11월 15일(일) 11:00
가이는 좀체 웃지 않는 우연 제작자다. 그의 특기는 ‘인연 맺어주기’ 우연 제작. 그는 커샌드라라는 과거의 운명을 좇는 로맨티스트다. 커샌드라는 가이의 유일한 사랑이며 그는 그의 그림자만 좇느라 다른 사람을 만날 겨를이 없다.

또 다른 인물 에밀리는 우연 제작 성공률이 80 퍼센트에 달한다. 비록 작고 여리지만 그는 평균 우연 제작 성공률인 65퍼센트를 상회한다. 안타깝게도 그는 가이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가이는 커샌드라에 대한 기억을 좇고 있을 뿐 에밀리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스라엘 베스트셀러 작가 요아브 블룸의 2018 레트로-게펜 SF&판타지 부문 수상작 ‘우연 제작자들’은 삶의 백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운명의 사랑을 그린다. 소설은 장르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SF, 판타지, 로멘스 등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미국, 일본, 프랑스 등 13개국에서 번역됐다. 미국의 저명한 각본가 리처드 프리든버그의 손을 거쳐 영화화가 결정되기도 했다. 작가는 한 마리 나비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를 모티브로 작품을 썼다. 소설은 그 나비가 날개를 움직이도록 설득한 ‘우연 제작자’라는 어떤 존재를 가정한다. 이들 우연 제작자는 인간처럼 일상적이고 계속적으로 존재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이들의 우연 계획은 다채롭다. 연인이 되지 않는 남녀를 연결해주고, 시인이 될 운명을 모르는 회계사에게 시 쓰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결국 소설은 사소한 우연들이 더 큰 사건을 촉발시키는 ‘큰 그림’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정말로 우리 곁에는 ‘우연 제작자’가 있는 것일까.

<푸른숲·1만4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