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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시인’ 제페토가 전하는 삶의 모습
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2020년 11월 13일(금) 19:00
지난 2010년 인터넷에 등장한 한 편의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섭씨 1000도가 넘는 쇳물의 용광로에 빠져 흔적도 없는 없이 사라져 사망한 기사에 댓글 형식으로 달린 시였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은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정성으로 다듬어/정문앞에 세워주게/가끔 엄마 찾아와/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시를 쓴 이는 ‘댓글시인’으로 불리는 제페토였다. 이후 그의 댓글시 100여편이 묶여 같은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제페토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쓴 작품 129편을 모아 두번째 시집 ‘우리는 미화되었다’를 펴냈다. 세상과, 사회와 맞닿아 있는 그의 시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우리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짐승에게 있는 것이/우리에게도 있어/사람을 다치게 한다//그는 달아나는 표적이었다/엷은 미소만 비쳐도/몰려가 목을 물고/ 발톱을 찔러 넣지 않았던가//우리의 형상은 신뢰할만한가?(중략)/슬프다/우리는 미화되었다.” 책 제목 ‘우리는 미화되었다’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가수 설리의 기사에 달린 댓글시 ‘야수들’에서 따왔다.

코로나 19, 남북정상회담, 백남기 농민의 죽음, 세월호 참사, 5·18민주화 운동과 전두환, 대통령 탄핵 등 그의 시는 여전히 역동적인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가슴 따뜻하게 해주는 글들도 많다.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기사에는 ‘지체 없이/소원을 빌어보리다//집채만 한 운석이 갈팡질팡하지 말고/우리 오랜 고통에 쏟아지게’(소원)라는 시를 남겼다. 또 치매로 기억을 잃은 영국 남성이 아내에게 청혼해 두번째 결혼식을 올렸다는 기사에는 “설레신다니 말입니다/처음 만난 그날처럼/딸리신다니 말입니다/잠자리에 드는 이 밤이/이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이른 아침/ 뒤척이는 소리에 깨어나/수줍음도 없이/첫눈에 반했어요/백년해로합시다, 하고/속삭여주신다면/처음 만난 그날 처럼 /오, 사랑이여”(천만번의 청혼)라는 댓글시를 썼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 “댓글창은 여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떠들썩한 광장이요, 누구나 오가며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하는 저잣거리이자 담벼락이라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댓글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지켜본 탓일까. 뉴스를 읽고 거침없이 글을 쓴 과거와 달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또 “말(글)은 가시 돋친 생명체다. 밖으로 내보내기에 앞서 구부리고 깎고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며 “내 글쓰기가 선한 댓글 쓰기 운동의 일환은 아니지만, 댓글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매 순간 조심한다”고 덧붙였다. <수오서재·1만 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